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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으로 서울에서 살아남기

새로운 규칙, 다른 서울 #15_ 청년유니온 김병철

저는 원래 대전에서 살았어요.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지 않았죠. 뭐 특별한 사연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그냥 고등학교에 다니는 게 재미없을 것 같았어요. 고등학교에 가야 할 17살. 봉사활동가로 인도에 나갔어요. 봉사활동하고 여행도 다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렇게 뭔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전에서 검정고시를 마치고 반쯤은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어요.  


'청년유니온'을 만나다 


지역 청년으로서 서울에 산다는 게, 참 이중적인 의미를 가져요.  


한국 사회에서 서울은 분명 다양한 경험과 일자리, 기회가 몰려있는 도시죠. 제가 그랬듯 지금도 많은 지역 청년들이 그 때문에 서울에 오고 싶어 해요. 일자리 때문이든 문화적인 이유든 간에 어쨌든 서울에 가야만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죠.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가진 것 없는 지역 청년이 혼자 서울에 올라와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해요. 지치고 외로운 시간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 저도 그랬고요. 서울이란 도시가 참 화려한 도시이면서 동시에 개개인을 기죽게 만드는 도시더라고요. 하루하루 짓눌리는 압박감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럼에도 제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했던 '사람들' 때문이에요. 상경했을 때, 마침 서울에 막 만들어진 대안학교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 입학했거든요. 거기서 청년유니온 소속이었던 김민수 전 위원장을 처음 만났어요. 청년유니온과의 인연이 그때 시작됐죠.  


청년을 위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잠시 소개하자면 '청년유니온'은 한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이에요.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은 기존의 제도로 포괄하기 힘든 불안정 노동에 많이 노출되어 있잖아요.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 같은) 청년 문제 자체가 사회적인 문제보단 개인의 “노오력”문제로 치부돼 오기도 했고요. 청년유니온은 거기에 문제의식을 느껴 만들어진 단체에요. 청년당사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풀어내 보자는 취지라 할까요.  


청년유니온으로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일들이 제 개인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홀로 외롭게 지내지 않을 수 있었고, '내가 서울에 있어야 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었죠. 지금은 제가 청년유니온의 위원장이 됐어요. 청년당사자이자 활동가로서 옆의 동료들과 함께 주어진 문제에 최선을 다해 부딪쳐 살아가는 것. 그게 하루하루의 압박감을 극복할 수 있던 비결이라 할까요? 


'청년' 안의 청년들 


최근엔 프리랜서 청년들, 또 비진학 청년들과 만나고 그들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는 모임을 만들고 있어요.  

청년유니온이 청년을 위한 노동조합이라고 소개했는데, 사실 청년 안에도 다양한 삶이 있어요. 저도 지역에서 올라온 비진학 청년이잖아요. 그런데 사실 '청년'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은 주로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들, 혹은 학업을 마치고 사회가 상상하는 보통의 일자리를 가지게 되는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요. 가령 기존의 고용 형태(정규직/비정규직)에서 벗어난 프리랜서 노동자 청년들이나, 보통의 진학코스를 선택하지 않은 비진학 청년들은 청년을 바라보는 이 주류적 시선 속에서 배제되기 쉽죠.  


먼저 프리랜서라고 하는 노동 형태는 얼핏 시간도 자유롭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부러운 직업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실상은 조금 달라요. 노동자는 기본적으로 노동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프리랜서는 기존 노동자들의 권리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존재죠. 문제가 발생하면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유롭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게, 사실 일을 주는 클라이언트와 갑을 관계를 맺고 있는 건 똑같거든요.  


비진학 청년들은 어떨까요. 흔히 한국 사회를 두고 '시험 만능주의' 사회라고 하잖아요. 한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루트가 암기에 기반한 시험뿐이라는 얘기죠. 그러다 보니 일반 학업에서 벗어나 있는 비진학 청년들은 일단 기회에 있어서 차별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시험으로 자신의 가치를 정한다는 게 사회 분위기다 보니, 또 “이 정도 차별은 네가 감내해야지”라는 식의 이야기까지 듣게 돼요.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힘든 판에 무슨 불평이냐는 거죠.  



'다양한 삶'을 위한 사회 만들기 


세대 내부의 일자리 경쟁이 극단적으로 치열한 상황에서 그런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학력이란 게 개인에 대한 평가나 가치의 한 요소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그 전부가 되어선 안 되잖아요. 그 때문에 사회 각 부분에서 차별을 받거나, 사회 안전망에서 내쳐져서는 안 되는 거죠. 


애초에 그들을 차별받을 수 밖에 없는 '불쌍한 청년들'로 볼 게 아니라, 함께 존중하고 존중받는 공존 대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크게 보자는 거죠. 궁극적으론 학력이 어떻든, 어떤 삶을 살아왔든, 또 어떤 일을 하고 있든 그들 모두가 공존 가능한 사회야말로 우리가 모두가 원하는 사회잖아요.  


이들의 문제를 발굴하는 일은, 단순히 사회 취약계층을 배려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이 일은 결국 한국 사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논의 중 하나인 거예요. '다양한 삶'을 위한 가치 말이에요.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 청년유니온 홈페이지: http://youthunion.kr



기획·편집_청년자치정부준비단

인터뷰·글_한예섭

사진_김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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