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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나야 하는 이유

새로운 규칙, 다른 서울 #18_ 박영수, 윤광민

박영수: 어떻게든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청개구리 같은 청년이라고 저를 소개하고 싶어요. 한량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할까요? 예컨대 사회 분위기상 청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취업이잖아요. 최대한 빨리, 최대한 좋은 곳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도 분명히 존재하고요.  


지금의 생활도 거기서부터 시작됐어요. 조금이라도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서, 딱히 창업 자금이 넉넉하지도 않은 상태였는데 카페를 하나 차렸거든요.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임을 진행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청년들의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죠. 지금 함께 하는 광민 형도 거기서 처음 만났어요. 우리 카페에서 영어회화 모임장이셨거든요.  

윤광민: 맞아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수완은 조금 좋은 편이거든요. 모임을 진행할 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까다롭게 말하고 다니던 차에 여기 계신 영수 씨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셨죠. 그때 인연이 닿아서 지금까지 여러 모임을 같이 진행해 왔어요. 이 '모임'이란 게 저희가 함께 하는 활동이라고 소개할 수 있겠네요.  


살짝 말씀드리면 저는 원래 운동을 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뜻밖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진로를 접어야 했죠. 우리나라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진로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도 갑자기 운동이란 길이 끊겨버리니 막막하더라고요. 운 좋게 영어 회화라는 분야를 새로운 적성으로 찾았죠.  


회화모임으로 영수 씨를 만난 것도 그 덕분이었지만, 사실 제가 영어 일을 한다고 영어 모임만 만든 건 아니에요. 사고로 진로가 바뀌는 등 좀 독특한 삶을 살다 보니 그런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이 생겼거든요. 다들 어떻게 살까, 잘 살까, 궁금해하며 모임을 많이도 진행했죠. 영어뿐만 아니라 그냥 밥 모임, 그냥 술 모임부터 우리들 자존감에 대한 토론을 주제로 모이기도 하고.  


그렇게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년들이 관심 가지는 여러 이슈에 저도 관심이 생겼죠. 그런 부분에서 영수 씨와 뜻이 많이 맞았어요. 그래서 함께 활동해나갈 수 있었고요.  


우리에겐 '모임을 위한 모임'이 필요해요 


박영수: 예를 들어 저희가 처음 같이 진행한 모임은 명절 모임이었어요. 명절날 청년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잔소리' 잖아요. 취업은 언제 하니, 결혼은 언제 하니, 이런 잔소리가 힘들어서 본가에 가기 싫다는 청년들도 굉장히 많죠. 그래서 생각한 게 청년들을 위한 명절 대피소였어요. 집에서 잔소리 듣는 대신 마음 맞는 이들이 모여 하고 싶은 얘기를 하자는 취지였죠. 참여자들끼리 밤새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윤광민: 그저 '집에 안가고 놀았다'는 식의 모임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를 가지고 모임을 열어 대화를 나눈 것이니, 모임이 끝나고 남는 것도 많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뭔가 남길 수 있는' 모임이 저희가 원하는 하나의 방향성이기도 해요. 그냥 모임이 끝이 아니라, 이 모임으로 뭔가를 생각할 수 있는 그래서 매 모임마다 참가자 분들에게 콘셉트에 맞는 미션을 드리고 있어요.  


박영수: 꼭 하나 하나의 개별 모임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도 아니고요.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모임을 형성하는 '문화'라고 생각해요. 좀 크게 보고 있다고 할까요? 하나하나의 모임을 넘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모임 문화를 만드는 것이에요. 모임을 만드는 행위 자체에도 의미가 있는 거죠.  


청년들의 만남을 위해 필요한 것들 


요즘은 '혼자'의 시대라고들 하잖아요. 뭐든 혼자하는 문화가 많이 늘어나고 있고, 꼭 1인 가구 얘기가 아니더라도 일종의 '혼자족'을 위한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형성되고 있죠. 그런데 저는 '혼자'에 대한 욕망만큼 '만남'에 대한 욕망도 여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혼자인 생활을 누리면서도 만남을 갈망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가령 독서모임 서비스로 유명한 '트레바리' 같은 사업이 인기를 얻는 걸 보면, 돈을 내서라도 모임을 만들고 싶은 분들이 있는 거잖아요. 저는 그런 욕망을 지닌 분들이 더 쉽고 자유롭게, 건전하고 가치 있는 모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더 다양한 플랫폼이 필요할테고, 또 정책적인 차원의 지원도 풍부해져야해요. 모임들은 너무 산재돼 있는 편이고, 지원도 부족하죠. 앞으로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모임 문화를 위한 모임도 가져보려 해요.  


윤광민: 동의해요. 모이고 싶은 욕망은 충분하지만, 서로에게 선뜻 다가긴 힘든 상황이죠. 외국과 달리 낯선 이들과의 가볍고 일상적인 만남에 대한 문화도 조금 어색한 편이잖아요. 이를 정책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사례도 있어요. 일본의 '마치콘'이 대표적이죠. 실업, 연애, 결혼 같은 청년문제에 '청년들의 모임 활성화'로 접근한 사례거든요. '청년들이 데이트를 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식의 모토를 가지고 정부에서 투자를 하는 식이에요.  


청년들을 지원해 뭔가 거대한 일을 벌이자는 관점이 아니라, 좀 더 가벼운 방식으로 접근해도 괜찮아요. 바를 가든 카페를 가든, 심지어 김밥천국을 가든, 일단 청년들이 만나서 무언가를 '하게' 된다면, 어쩌면 큰 차원에서는 지역 경제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거잖아요? 결국 중요한 건 만남이 필요한 사람들을 '묶어주는' 활동이라고 봐요.  


박영수: 맞아요. 다시 말하는 거지만 바로 그게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이죠. 우리 마음속에 있는 '만나고 싶은 욕망'을 끄집어 내고, 결국 만나게 하는 것! 



기획·편집_청년자치정부준비단

인터뷰·글_한예섭

사진_김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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