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지난여름 무루님의 북 토크에서 숀 탠의 그림을 보았다.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든 생각은 '세상의 끝'이었다.
종말과 같은 의미는 아니고, 이 세계와 저 세계의 끝이
마치 국경처럼 만나는 곳. 그리고 나누어지는 곳.
얼마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는데, 북 토크에서 보았던 그림이 떠올랐다.
책은 반대로 인간이 울타리 안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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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에는 짐승들을 위한 장소가 있었다. 짐승들은 밤 동안 거기에서 잔다.
조그만 개울이 흐르고 있어서 그 물을 마실 수도 있다. 개울 너머로는 사과나무
숲이 한없이 펼쳐진다. 마치 해원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서쪽 벽에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망루가 세 군데 서 있다. 비를 피하기 위한 간단한 지붕이 있고,
쇠창살 달린 창문으로 짐승들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도 있다.
"자네 말고는 아무도 짐승들을 바라보지 않아" 하고 문지기는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