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

20190831

by 밤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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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


있잖아. 어떤 감정은 점 점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

처음엔 어마어마하게 거대했거든, 하루하루 조금씩 작아지더니 나중엔 한 손에 들어 올 만한 크기까지 줄어드는 거야. 그러다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 크기가 되면 그때부터는 단단해지기 시작해. 그 상태로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 콕 박혀서 잊을만하면 아프게 찌르거나.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면서 겨우 가라앉았던 것들을 자꾸 휘저어 놓는 거야. 정말 성가시지, 그러다 어느 날부터 그것들을 분리시켜서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오는데, 그렇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새삼 지난 감정들이 부끄럽고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해.


이러다 자연스럽게 잃어버릴 수 있기를 기대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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