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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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사이로 흐르는 길고 긴 이야기
걷다 보면 내 의지대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생각에 휩쓸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많은 얘기가 한꺼번에 앞뒤를 다투며 떠올랐다가. 한 순간 푹 꺼지듯 사그라들고 어쩌다 여기까지 생각하게 되었나 싶어 어리둥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밀물처럼 한 순간 확 밀려들었다가 썰물처럼 빠지면서 몇몇 잔상을 남길 때가 있는데, 모든 게 밀려 나간 뒤 오히려 도드라지는 바닷가 모래사장의 조개껍데기처럼 간혹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를 남겨 놓을 때가 있다. 2019년 9월 1일 새벽 산책길. 그 날 미처 휩쓸려 나가지 못 한 잔상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천천히 재생되고 있었고. 시간을 아주 작게 자르고, 길게 늘여 놓아서 중간중간 장면이 끊어진 것 같은 오래된 필름 영화처럼 느껴졌다. 지나고 보니 순간으로 축약되어 잊고 지낸 어떤 과거가 더 먼 과거로 사라지며 인사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