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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Sep 21. 2024

관계의 수학_사랑의 절대적 크기

사랑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나요

역지 사지의 마음과 태도, 그것을 완벽하게 재연해 낸 역함수의 노력이 아름답게 수애의 마음을 울리며 민하의 애씀을 진하게 응원한다.

->지난 화에 이어서


얼마 전 수애에게 그녀 삶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다.

엄마 경옥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경옥을 위해서나 자식들을 위해 엄마가 잘할 수 있는 최고의 의무이자 최선의 노력이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자식을 끔찍하게 아끼고 생각해 왔경옥의 실천는 달리 수애의 아빠는 당신의 몸을 관리하지 못했고 건강상의 문제가 당신이나 가족 간의 균열을 만들었고 아빠는 끝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었다. 여러 원인 중에서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었다는 합리적 이유의 보충 설명으로도 해석이 되지 않았어느 날, 아빠는 세상을 향해 잡고 있던 손을 결국 놓아버렸다.


그때부터였을까? 이후 삶은 수애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수도 없이 많은 폭풍우를 만들어냈다. 전히 믿고 있었던 엄마의 건강. 수애는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의 암소식에 결국 무너져버렸다. 앞으로의 삶을 덤덤히 받아들이려는 경옥을 대신해서 수애는 깊은 울분과 한숨과 걱정을 분노로 쏟아냈다. 분명 딸이라는 명분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 나이에도 아직 자신의 감정을 분리하고 독립하지 못했구나" 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을 괴롭혔다. 정작 경옥은 자식이나 현실로부터 거리 두기와 먼발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해 왔다. 아마도 그 시작은 남편을 보내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수애는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다. 경옥으로부터 독립된 감정 분리를. 그런데 의지와는 달리 감정은 하늘이 무너질 처럼 점점 깊은 늪에 빠져만 간다. 

상실을 뛰어넘은 우울의 감정을 정리하려던 어느 날 우울감이 밀도 높게 온몸을 압박해 오자 운전이 힘들어졌다. 어쩔 수 없이 이동 수단으로 전철을 선택했고 멍한 모습으로 뚜벅뚜벅 걷고 있는 껍데기의 자신이 있었다. 이전 역을 출발했다는 안내방송 소리가 청각 너머 멀게만 들렸다. 그녀는 기다림도 목적도 없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점 없이 한 곳을 지나치게 응시하며 고개를 돌리던 그때, 수애의 시선을 멈춰 세운 그곳에는 구호용품 보관함이 있었다. 승객 구호 장비함까지. 꽤나 오래전부터 구호용품 보관함은 그곳에서 그녀의 시선과 관심을 기다리고 있었으리라. 그녀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호기심은 무기력한 그녀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수애는 그것을 시작으로 관계에 대해 그려보았다.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만날 오늘 수학 토론 시간에 반드시 지하철에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구호용품에 대해 나눠보리라 다짐했다. 일정을 끝낸 후 도서관에 도착할 때까지 생각은 그녀를 강력하게 지배했다. 도서관에 모인 친구들과 급히 인사를 끝낸 후 수애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아리 멤버인 친구들에게 물었다. 도서관 교양 교실 안은 평소보다 단출하고 조용했다. 추석 바로 다음 날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빠진 빈 공간이 군데군데 보였다.


"혹시, 너희들 중에 지하철 한 곳에 자리한 구호 용품을 본 사람이 있을까. 구호용품이 자신의 시선에 닿았다면 그 이전에 구호용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선생님이 궁금한 것 그것과 자신, 또는 사람과의 관계를 살필 수 있는지... 그러니까 관계에 대해 묻는 거야. 우리 삶을 지배하는 모든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얘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먼저 지하철 어느 곳에 자리 잡은 구호용품에 대해 나눠봤으면 하고."


모임 시간이 훨씬 지나고 숨을 헉헉 거리며 교양 교실 문을 열었던 영성이는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자리를 찾아 앉지도 않고 서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할 얘기가 많은지 피식피식 웃으며 수많은 관계에 있어서 지하철의 구호용품처럼 자신이 한 번도 만나지도 평행하지도 않은 관계는 꼬인 위치의 관계 아닐까 하고  가볍게 던진다. 그런 관계 때문인지 일상의 관계에서는 가끔 노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영성의 얘기를 듣던 윤이가 예전부터 미리 생각하고 준비한 것처럼 삶에서의 관계를 정리해서 풀어낸다.

"삶에서의 관계를 두 일차함수로 확인해 볼게요. 먼저 관계를 일차 함수로 풀어 보면 삶에는 수많은 관계가 있는데 무형이나 유형의 관계를 일반적인 관계로 표현하기에 일차함수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이것은 곧 우리의 삶을 잘게 나눠 미분해서 볼 수 있는 것까지 확장해서 생각할 수 있고요. 그건 다음 시간에 나눌 예정입니다. 삶의 어떤 관계를 두 일차 함수  

y=ax+b(a는 0이 아님), y=mx+n(m은 0이 아님) 나타내 보겠습니다. 이 두 함수의 위치와 기울기를 비교해 보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관계를 찾을 수 있어요."

첫째, 떨어져 있고 존재조차도 몰랐던 두 직선이지만 기울기가 다른 두 직선은 언젠가는 만난다.


둘째, 원하든 원치 든 관계에 있어서 처음부터 함께 시작했고 같은 직선상에서 항상 함께하고 있다.


셋째, 적당한 거리에서 함께하지만 그 거리를 지키며 먼발치의 사랑을 실천한다. 평행선의 관계를 유지한다.


넷째,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로 살아가는 꼬인 위치의 관계이다. 지하철의 구호용품과 나(윤이)의 관계처럼. 공간에서 서로 만나지도 평행하지도 않는다.


윤이가 정리해 준 두 직선의 관계에서 친구들은 일상을 읽고 얽힌 주변을 정리해 본다. 지금은 표면적으로 많은 관계가 정리되고 편안해지는 시기일 수 있으나 수애 또한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 고민하며 의미를 찾으려 다. 관계의 시작점인 '말'또한 우리의 삶과 평행을 이루고 있다. 우리 삶과 말, 수학을 하는 삶이 공명하다는 것을 다시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수애의 깨달음에서 말과 삶은 모두 쏟은 만큼 무거워지고 마음먹고 생각하기에 따라 가벼워지기도 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말과 삶은 가슴과 내면 깊숙이 숨기고 있을 때보다 훨씬 가벼워지기도 하고 몇 배의 무거운 독화살이 되어 자신을 겨낭해 돌아오기도 다. 수애는 인간에게 내면에 있을 때의 말은 그 무게만큼 가치가 있다고 여겨왔다. 그렇지만 표출된 말을 통해서 수애는 결국 이전의 자신을 보았으며 무게와 비례하든 그렇지 않든 의미를 확인하고 가치를 찾게 되었다. 그녀에게 삶을 의도했든 아니든 관계를 이어간다라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 관계를 이어 간다는 것은 수애에게는 진정한 자신을 찾는 초석이 되기도 다.


향기가 윤이의 말을 돕는다. 눈을 반짝이며 급히 앞으로 나가더니  공감한 듯 넘치는 맘을 그대로 터트리며 소리 내어 뱉었다. 앞서 네 가지로 나눠 윤이가 보여준 관계를 공간도형에서 만나는 두 직선처럼 생각해 보자고 직육면체 그리면서 다시 점검 확인을 하며 관계를 설명한다. "공간에서 두 직선은 한 점에서  만나기도 하며 평행의 관계에 있는 직선처럼 평행선으로 끝까지 함께 하기도 하죠. 또 다른 두 직선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나 같은 직선에 있어요. 그리고 어떤 존재는 존재하는지 어느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는 관계로 지내기도 하며 의도해서 만나거나 평행인 관계를 피하기도 하죠. 이후 그 관계를 끊임없이 자연스럽게 이어가기도 합니다. 삶에서 절대 만날 수 없는 두 관계처럼요"


수애는 아이들과 토론에서 배워나간다. 또 가르침을 하며 다시 배운다. 수애에게 공부란 이런 것이다. 여전히 아이들이 변해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그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자신을 발견한다.


그녀는 토론시작하며 아이들의 표정을 볼 때만 해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의 버거움을 지닌 사람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제는 수업이나 토론 시간이면 눈동자의 흔들림을 충분히 느끼며 친구들의 감정을 읽는다. 버거워하는 아이의 감정이 수애의 마음 건드린 건 얼마 전부터였다. 그 감정이 온전히 그녀의 마음에 닿자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하는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수애는 자신과 주변을 노력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서 노력의 부족이라는 경계의 시선과 마음으로 자신과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랬던 수애에게 경계의 자리, 시선이라는 것이 달라졌다. 수학이라는 건 자연에 함께 어우러진 삶과 같다. 경계인이라는 것이 색깔과 성질이 다른 어떤 집단을 느슨하게 연결하는 자리로.


수애의 경험에서 앞서 언급한 처럼 삶은 내면을 쏟아내는 '말'과 같다. 삶은 누군가에게는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주어진 축복과 같고 또 다른 이에겐 이겨내야 하는 버거운 일상과도 같다. 고난의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덤덤히 스치고 지나가는 일상일 뿐이다. 수애의 삶을 무엇보다 힘들게 하는 엄마 경옥의 암투병 또한 누군가에게는 조금 떨어진 일상일 뿐이다. 수애는 삶에서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수의 신비로움과 일상을 연계해서 위안을 받을 수만 있다면 수학을 하염없이 노래하리라 다짐해 본다. 아름다운 자연을 수로 노래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매  감복한다.  일상적이지만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삶을 수학 토론에서 친구들과 토론을 하며 수학으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를 받았다. 순간 스치듯 지나가는 수학의 세상은 염세적이었던 수애의 태도를 좀 더 감상에 젖게 다.


수애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질문을 던졌다. "얘들아, 사랑의 크기를 과연 비교할 수 있을까?" 수애는 경옥을 생각하며 사랑은 계산되며 비교할 수 있는 처럼 연상하기도 했다. 사랑은 각각 다채로운 색을 지녔으며 모양도 다르고 냄새도 그 밀도도 모두 다르다고. 그때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다시 던져본. "친구들이 생각하는 사랑 가운데 어머니의 아가페적 사랑, 독립 운동가들의 조국을 위한 위대한 사랑,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은 큰 사랑이며 연인과의 열정적 사랑, 친구들 간의 우정을 덮고 있는 사랑 등은 작은 사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녀는 사랑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모양과 색깔 향기 그대로, 상대적이지 않은 크기 그대로 인정하며 타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상대적이지 않은 절대적 크기로 사랑을 인정한다라고. 수애의 사랑은 그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녀가 전한 절대적인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며 인정하는 것, 가족을 포용하고 먼발치의 사랑을 수용하는 것, 친구를 향한 일정한 거리의 사랑을 인내로 실천하기까지. 그것은 마치 큰 사랑을 향해 사회로 나아간 듯 보이지만 그녀가 한결같은 사랑을 실천하는 과정일 뿐이었다. 수애는 친구들을 향해 다시 한 마디 덧붙이며 스스로 씁쓸한 미소로 마무리를 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은 귀하고 소중하단다. 토닥여주고 그대로 인정함이야말로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눈을 반짝이며 경청하는 친구들의 호흡이 있는 그곳에서 묘한 기대감이 생기며 수애가 생각하는 사랑이 희망으로 바뀌고 있었다. 어떤 힘이든 혼자 있을 때의 견딤보다 다수의 힘이 함께할 때 커지는 처럼 사랑은 일상의 공기가 몽글몽글 뭉쳐 자꾸자꾸 커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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