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함수에서 소중한 역지사지의 마음을 엿보다
관계 유지를 위한 가장 소중한 마음 역지사지
한결은 자신이 가졌던 삶과 죽음을 함수의 세상으로 가져가 비교하며 관계의 불안에 놓였던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탄생에서 시작된 비애를 거부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의 선택이 아니었어. 내 의지가 아닌 그들에 의해서 선택된 것뿐이야." 하고 마음을 먹자 함수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함수이기를 포기한 x=a의 비애가 모순처럼 느껴진다.
상수함수 y=a가 보인 맹목적 수용의 위험한 경고가 와닿는다.
->지난 화에 이어서
핑계라는 대중가요의 가사 일부를 보면... 어쩌면 관계를 이어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태도다.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태도. 그 대중가요 가사에 '입장 바꿔 생각해 봐'라는 가사가 있다. 관계를 확장하거나 이어갈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입장 바꿔 생각해 보는 것이 아닐까. 항등함수가 지켜준 흔들리지 않은 마음 중용에 대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은 마음, 변하지 않고 곧은 항등함수는 역함수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수애는 중용을 생각하며 항등함수를 기준으로 관계의 아름다운 과정을 보여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부터 역함수까지 공간을 점차 확장시켰다.
관계를 생각하며 수애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이 있다. 작년 이맘때였다. 민하가 수학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그때, 민하는 엄마 손에 이끌려 왔었다. 새로움에 대해 예민하고 스트레스가 많았던 민하는 도전이라는 것을 힘들어했다. 수학에 대한 호기심보다 새로운 환경에 뛰어들 용기가 더 필요했던 민하는 엄마와 선생님의 상담이 끝난 후 수애와 민하 단둘이 남았을 때 눈을 반짝이며 묘한 말을 했었다. "선생님, 수학을 어떤 목표가 있어서 좋아하는 건 아닌데요. 그게 문제가 될까요?" 수애는 그때 민하의 천진난만한 얼굴과 표정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럼, 민하가 수학을 하려고, 하겠다는 건 수학의 어떤 부분이 매력으로 다가와서일까."
"수학이 삶을 이야기하니까요. 수학이 삶은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하는 것을 얘기하는데... 수학을 하면 어느덧 수학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선생님의 생각과 말씀이 궁금했습니다."
민하가 그날 그 시간 엄마에게 이끌려 수애를 찾아온 게 아니었고 자신의 간절한 부탁 덕분에 수애와 만날 수 있었다는 걸. 시간이 지나서야 수애는 알게 되었다. 민하는 어릴 때 엄마 아빠가 이혼한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으며 복잡한 엄마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자신이라도 엄마 슬픔의 원인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아마도 수애를 찾아와 수학 공부를 해 보겠다는 뒷배경에는 그 노력과 마음이 들어있었다. 또한 수학 공부를 제대로 하려고 한 것은 사명감에 사로 잡혔다기보다 수학이 말한 진실에 더 다가가고 싶었으리라.
민하와 지수함수를 공부하고 로그 함수를 정리하기 전에 수애는 두 함수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었다. 지수와 로그의 관계를 공부하며 역함수를 다시 살필 때였다. 수애가 보드판에 옮겨 그린 그곳엔 항등함수(y=x)를 기준으로 두 함수가 대칭의 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역함수는 중용의 마음인 항등함수를 기준으로 두 함수는 서로 대칭이며 마주 보고 입장 바꿔 생각하는 위치에 있게 된다.
민하는 왜 그토록 역지사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민하가 아주 어렸을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 엄마와 아빠는 이혼이라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다. 어렴풋이 민하의 기억을 잠식하고 있던 건 아빠가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진실이었다. 어쩔 수 없었던 아빠의 선택. 민하는 엄마와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아빠를 미워했으나 그 근원을 파헤쳐 들어갈수록 아빠에 대한 기억은 좋은 것만 남아 있었다. 두 분은 처음부터 가족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결혼을 했다. 결혼 이후에는 사랑했던 두 사람 사이 균열이 생겼을 만큼 민하의 기억을 강하게 짓누르고 존재했던 조부모와 아빠 형제들. 아빠는 결국 엄마와 민하를 지키려고 이별을 선택했다. 유일하게 아빠의 입장에서 두 사람을 지켜 내는 방법이었다. 두 분은 각자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민하의 입장에서는 협의된 걸까.
역지사지의 마음, 즉 역함수 관계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자리, 그곳에서 딱 그만큼의 거리를 인정하는 것. 그게 바로 역함수의 마음이 아닐까. 우리가 사는 삶의 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건 감정과 이성, 물질에 있어서도 역지사지의 마음이 아닐까. 수학에서의 역함수처럼.
수애는 얼마 전 긴 시간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을 한 권 꺼냈다. 몇 년 전에 읽었는지 기억은 희미하지만 이제는 작가의 이야기가 더욱 진하게 와닿았다. 연애는 낭만에 귀속되어 아름답게 포장되지만 결혼은 제도에서 허덕이고 있고 곧 그것은 현실이었다.
《The Course of Love》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수애는 알랭드 보통이 말한 결혼에 대한 정의를 좀 더 명확하게 해 주는'도박'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고 있었다. 결혼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불친절한 행위임을 주변과 부모님의 길고 위험한 결혼 생활을 통해 알고 있었다.
라비와 커스틴은 낭만적 연애의 시간을 지내며 결혼이라는 제도에 갇혀 입장 바꿔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내세울 뿐이었다. 두 사람의 집은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최소한 전쟁터는 아니었다. 아이가 태어나며 사랑에 기인한 마음과 벗어나고자 하는 부정의 마음이 양가적으로 나타났다. 그 속에서 자신을 다시 찾고자 했으며 각자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곳에서 답을 찾아내려고 했다. 수애가 찾아낸 결혼이라는 건 상처받고 자신의 자리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슬픔으로 귀결된 듯 보이나 결국 그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렇게 시작됨을 알고 있다.
"트라우마는 성장과 깊이에 이르는 주요 통로로... 내 슬픔이 파트너의 성격 안에서 공명할 수 있기를.." 작가의 성숙한 듯 보이나 결혼을 지속하기 위해 필수라고 생각하는 공명을 수애는 당연하다고 되뇌었다. 엄마 경옥의 삶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무게로 느끼고 있었다. 수애가 생각하는 일상의 경험이나 결혼의 정의 안에 공명은 늘 포함되어 있었다. 수학을 하는 삶과 일상도 공명하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 깨닫고 있었다.
결혼은 도박이다.
결혼은 도피다.
결혼은 도전이다.
결혼에 대한 세 가지의 간결한 문장은 그녀가 결혼을 이상이나 환상을 갖고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 결혼에는 내기, 도망가다, 돋우다, 돋다의 의미를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결혼을 정의하는 앞의 세 가지 도움의 말에 동의하는가.
낭만적 연애와 꿈의 공간에서 현실 세계를 넘는다
장벽과 가상의 공간, 그곳에 일상과 대적하는 자신이 있다고 수애는 스스로 생각하는 결혼을 정리해 보았다.
민하 부모님의 결혼은 그랬다. 걸음걸음 떼기가 쉽지 않았다. 두 분에게 연애는 낭만, 그야말로 결혼은 현실의 제도였다.
이후 결혼 생활의 과정... 은 지옥이었을까. 최전선의 전쟁터였을까. 전쟁 후 폐허가 된 어수선한 나라의 모습이었을까. 민하를 생각하며 수애의 마음은 더 착잡해졌다. 결혼 생활의 과정, 움직이는 박자국에서 그분들의 경험을 기억하는 수단은 예술뿐이었을까.
수애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귀속되지 않으려고 선택했다. 그리고, 과정이라는 길고 긴 터널에서 발 바꿔 속도에 맞춰 한 걸음 옮겨본다.
결혼 생활은 그 무엇도 완벽하다 할 수 없다. 작가의 말에 힘입어 수애는 다시 써 내려간다.
결혼 생활의 태도, 그것을 지키려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역지 사지의 마음과 태도, 그것을 완벽하게 재연해 낸 역함수의 노력이 아름답게 수애의 마음을 울리며 민하의 애씀을 진하게 응원한다.
덧
사라진 줄 알았던 마음을 찾아 헤매고 헤매 다녔습니다. 그 마음이 주변 사람과 음식과 사랑하는 커피와 책, 쓰기... 함께 했던 모든 시간에 있었습니다. 너무 돌아가지 않으려고 다시 다짐해 봅니다. 작가님들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2025년을 그려 넣은 일정과 마주하며.
설렘을 앞선 무거움이 감정과 이성을 지배한다.
현시를 수로 확장된 세계로 전환해 본다.
희망과 기대라는 프레임을 씌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