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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Aug 31. 2024

한결같았던 항등함수의 그늘

변하지 않는 건 사랑일까, 존재일까

아이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알리고 있었다. 수애는 아이들 모습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보다 더 깊이 빠진 시선을 건져냈다. 그녀는 수직선에 대응할 수도, 크기 비교도 할 수 없는 허수의 세상에 존재하는 조약이 비록 불평등이라 하나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가장 평등한 조약이 되기도 한 그런 세상을 꿈꿔본다.

->지난 화에 이어서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함께 얘기 나누는 친구들 사이에서 수애는 자신의 사랑을 돌아보았다. 엄마와 자신, 또 그녀와 도서관 교양교실에 모인 이 친구들. 수학을 향한 그녀의 마음은 먼발치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아련한 사랑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었다. 그만큼 설렘보다 미련한 희생이라는 다른 형태의 사랑이 가중되어 있었다. "세상 어디에도 대가 없는 일은 없어. 열심히 한다면 뭐든 대가가 주어지지 하는 마음을 단번에 아니라고 말해주었어." 바로 수학이 그랬다. 그녀의 아련한 사랑은 그랬다. 수애에게 이내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수학은 대수 편에서는 함수, 기하 편에서는 원을 그런 사랑의 마음으로 항상 단단히 채웠고 지나왔다. 애착이 가득한 마음으로 함수를 차근차근 들여다보자 각각의 고유한 성질과 깊이가 느껴졌다. 다시 그()들을 향한 사랑을 고유한 것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수애는 짧은 그 순간에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 아름다움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수식이나 기하가 어느 날 수애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왔던 그날처럼. 그녀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을까. 고민해 본다. 깊은 고민 후 친구들을 향해 던졌다. "항등함수는 f(x)=x, y=x로 나타낼  수 있어. 독립변수 x가 종속변수 y에 대응할 때 x에서 x로의 함수를 y는 x의 항등함수라 하며 y=x로 표현한단다. 오늘 내가 너희와 나누고 싶은 건 바로 '항등'에 대해서야"


수학에서 항등이라는 말은 항상 성립되는, 어떤 경우에도 성립되는 등식을 말한다. 학이라는 학문 안에는 '항등'이라는 의미를 포괄해서 나타내는 집합을 이루는 원소에 항등원, 항등식, 절대부등식 등이 있다.


"그럼, 먼저 항등원을 정의해 볼 친구가 있을까." 수애는 친구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우영이 웃음기 있는 표정으로 말한다. "a+0=a, 0+3=3, a×1=a, 1 ×4=4처럼 어떤 수를 원래의 수에서 변함없이 만들어 주는 수를 항등원이라 하는데요. 그래서 덧셈(뺄셈)에 대한 항등원은 0, 곱셈(나눗셈)에 대한 항등원은 1입니다. 항등원은 역원(곱셈에서의 역수)을 구하기 위해 중요한 원소죠."


"오~~ 그럼, 우영의 의견을 참고로 한다면 변하지 않는 함수 또는 항상 성립되는 함수를 항등함수라 할 수 있겠지. 항등함수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 나눠볼까. 먼저 시작해 볼 친구... " 우영과 눈빛 교환을 하던 영성은 서로 자기가 먼저 나서겠다고 하며 순서를 정하는 것 같았다. 티격태격 한참만에 어떤 기준으로 순서를 정했는지... 영성이 함박웃음으로 "항등 함수는요." 하고 운을 뗀다.

여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는데 수애는 영성의 이야기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영성이의 창의적 생각, 기껏해야 16~18년째 살아가고 있는 이 친구들의 삶의 깊이가 궁금해졌다. 삶은 많은 밤을 보냈거나 물리적 양의 음식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얼마만큼 깊이 자신과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는지에 따라 그 아이들이 수애 자신보다 언니나 오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긴장과 부담 그리고 뿌듯함으로 의도치 않은 어색한 웃음이 튀어나왔다.


"항등함수는요, 중용의 마음과 닮았습니다. 변하지 않은 상태나 정도 그런 마음입니다. 중심으로부터 한쪽으로 치우 지지 않은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은 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책을 읽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터득한 삶에 항등함수가 있더라고요. 우리의 삶에 항등함수는 굳건히 우리를 지키고 있었죠 " 


수애는 감탄한 듯 멍하니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영성을 바라보았고 친구들이 "와우~~"를 연발해서 내뱉으며 박수를 보내는 소리에 마음을 잡으며 친구들에게 항등 함수를 다시 정리해서 전했다. "앞선 두 친구 말처럼 항등함수는 어떤 함수를 변하지 않게 도와준단다. 더불어 어떤 함수를 합성해도 변하지 않기도 하고. 혹자는 이야기한단다.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그렇다면 정말 사랑은 변하는 걸까? 항등함수, 원, 평행한 두 직선의 관계등을 살펴보면서 사랑에 대해서 선생님만의 정의가 더 확고해졌단다."


항등 함수의 성질은 먼저 '변함없다'를 기준에 세울 수 있다. 모두 이론을 넘어서서 이해하는 것처럼 어떤 함수를 변함없게 만들며 자신도 변하지 않는 함수를 항등함수라고 한다. 변하지 않는 모습, 마음으로 사람의 한결같음그 성질을 표현한다. 독립변수 x에 항상 종속변수 y=x 보인다.


"항등함수는 대부분 관계에서의 사랑처럼 한결같이 평행한 두 직선의 관계를 바라보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흐트러지지 않은 태도에서 바로 부모자식 간의 관계를 보여준단다. 먼발치의 사랑은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라 할 수 있지. 일정한 정점으로부터 항상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자취, 흔적을 원이라고 .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그 마음에는 부모의 사랑에 가려진 그늘이 있단다."


여기까지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윤이가 수애를 보고 웃더니 친구들을 향해 질문한다. 물론, 열려있는 물음이다. 항등함수가 보인 중용의 마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변하지 않은 마음은 과연 사랑일까요, 존재일까요?


아주잠깐 그들이 속한 시공간이 정지 화면처럼 멈춰버렸다. 그곳에는 중력이 없는 것 같았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른 차원에서 서로를 향해 소리 내고 듣고 움직이는 것처럼. 수애와 도서관 교양교실 안에 있던 친구들은 윤이가 삶에 던진 질문의 해답을 찾고 있었거나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항등함수의 처음을 생각했다. 친구들 모두 일시 정지된 화면에서 말을 듣지 않은 몸동작으로 고요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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