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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Mar 15. 2024

출간이 산고라면.

불 확실한 세계너머 다른 세계의 도시로

글을 쓰며 변화가 있었다. 글을 정리하며 조급함이나 불안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아주 사적인 나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확장된 내 세계를 찾고 있었는지도. 깨고 깨어내고 부서져도 여전히 벽은 있었다. 그 세계는 여전히 불확실한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비우고 그 과정에서 아픔을 잊게 하고 꼿꼿하게 서게 했다. 동시에 글쓰기는 나를 알몸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일상 대부분과 더해진 삶이 드러난다. 의식과 내 관념까지도. 갑자기 혼돈 속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내가 그곳에 존재하기는 하는지. 만들어진 나로 철벽을 치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진심과 내면을 알지 못한다. 진리가 변하지 않는 거라면 세상에 진리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물리적인 것 외에 어떤 것이 있을까. 시공간을 넘나드는 진실도 진실이라며 토론을 하는 중 누군가 강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그것은 책임과 함께 찾아온 평행이론처럼 느껴졌다.


출간 과정에서 '기다림'이라는 귀한 단어가 나에게 닿았다. 기다림이란 일방적인 내 양보와 배려의 감정이라 넘겨짚고 있었다. 출간 시기가 늦어지며 내 감정과 발자취 돌아보면 조급했을까. 아니면 그것보다 더한 두려움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을까. 조급함이 아닌 두려움이 불안의 그림자로 자리한 지 여러 날이 지났다. 온전히 나의 이름으로만 나오는 책을 위한 세레나데가 단지 설렘이나 기쁨을 압도하는 두려움으로 찾아오다니. 출간  세상에서 내가 가장 의미를 두고 있는 건 무엇일까. 그 근원을 파헤쳐야 불안의 그림자인 두려움을 찾을 수 있으리라. 어쨌든 그 과정에서 천천히 힘겹게 한 발 디뎠다. 마감을 한 이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내 불안한 감정이 머리로 정리되는 그 시간 독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슴으로는 마음을 다독이기 힘들었던 그 시간 독서 토론을 준비하며 그 세계에 이미 스며들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책 속에서의 나와 하루키 그리고 지금 독자로 거듭된 나 사이에서 심각한 동체감과 이질감에 힘들어했고 자칫 내 관념의 정체성을 찾지 못할까 괴로워하고 있었다. 마감 이후 날짜로는 이틀이지만 얼마 지 않은 독서 토론 시간 안에 팔백 쪽에 가까운 책을 읽어야 했다. 걱정이 무색할 만큼 책은 고민하던 내 의식의 세계를 관념으로 풀어낸 모습으로 나의 단어와 말들이 그곳에 병렬로 대부분 아름답게 쓰여 있다고 착각하게 했다.


책은 의식으로 된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다시 상상의 세계로 넘어간다. 하지만, 무엇도 어떤 것이 현실이며 어떤 것이 상상의 세계인지 알 수 없다. 꿈으로 만든 그림자를 떼어내고 분리하는 연습을 하면서도. 나의 관념과 의식의 세계를 하루키의 책을 통하여 풀어낸다. 불확실한 벽으로 둘러싸인 그 도시에서 나는 그림자를 내보내며 그 세계에서의 꿈을 놓는다.


현실과 꿈

세계와 또 다른 세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의식 세계인 도시와 너

나와 그림자


경계와 테두리

그리고 벽과 프레임


하루키가 창작한 세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내가 그린 수의 세상

복소평면 위 가상의 허수


나는 도시에 남았다.

그림자는 사라졌다

이 세계에 조금의 지분을 가진 내가

너와 만들어 낸 도시에서

오래된 꿈을 읽는다


나의 꿈은 사라지고

나는 살아간다

나의 의식이 움직이는 한

불확실한 벽의 세계에 머무를 수 없다


행과 열이 그려진 좌표의

작은 도서관에서

오래된 꿈을 읽는다


너의 눈을 통해 나를 본다.

고야스의 고찰로 삶과 나의 세계에서 높낮이와 넓이에 흔들리지 않는다.

지하 비밀의 방에서 평안하고 따뜻한 향의 홍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던 그때, 타고 있던 장작이 흠칫 놀랄 만큼 크게 소리를 내며 본연의 자리를 찾아간다

세계를 찾은 것처럼.

도시를 알아낸 것처럼.

그녀의 의식으로 너를 찾는다

안경너머 숨겨진 소에다의 예리한 눈을 통해 현실과 의식을 이어간다

소년의 몰입으로 세계너머 세계에 복귀한다


의식이 만든 세계

마음이 지은 세계

감정이 요리한 세계

의지가 말랑한 세계


타자에게 귀 기울이고

나의 내면에 마음 기울여


삶의 과정 안에 있을 수많은 세계의 도시와 벽

깨고 부수기 전에

함께 걷는다

세계에 갇히지 않을

꿈을 꾸리라.


너와 소년과 나는

오래된 꿈을 읽는다


#독서토론#북토론이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하루키 #문학동네#오래된 꿈#도서관


다섯 갈래의 봄 햇살이 모여 눈부신 순백의 마음과 생각과 나눔을 만들었다.

순간도 찰나도 사라진 공간에서

바늘이 없는 시계로 경계를 허문다

그녀들과의 나눔은 문학 작품이 되어 빛이 났고

봄 공기는 순백의 싱그러움으로 터졌다.


오늘, 다시 걷는 걸음에서 무심히 흔들리는 모순을 보았다. 진실이라 믿고 싶은 진실보다 더 진실한 거짓된 모순을. 그런 세계 안의 나와 마주했다. 그때는 그게 진실이었으나 지금은 이게 진실이라고 말하는 그들이 뱉어내는 책임이 흐려진 말과 단어가 나열된.


출산의 기억을 돌아보면 산고는 아름다움으로 덧씌워졌다. 출간이 산고라면 그 역시 아름다운 사랑의 힘으로, 기억으로 나의 세계를 지키고 확장하고 전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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