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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Mar 09. 2024

불안에 떨었던 지난밤

불안의 그림자

잠들어 있는 G의 어깨가 들숨 날숨을 타며 오르내린다. 그의 어깨가 언제부터 이렇게 좁았는가. 쌔끈한 숨소리를 짓누른 약한 어깨의 움직임이 더 애잔하게 느껴진다. G의 등이 어린아이의 것보다 더 좁고 작게 느껴지자 마음이 뭉클하다. 뭉개진 마음에 위로를 하고 싶었다. 그때, 갑자기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그는 소리를 내며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할 법한 몸부림보다 작은 몸짓을 했다.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천장을 응시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 밤 절대 잠들지 않을 것처럼 눈동자는 점점 맑아진다. 마침내 깨닫는다. 지금 시간 시작하지 않았어야 할 사유가 깊어졌다. 이미 시작된 사유는 모세혈관을 타고 세포 끝까지 멈출 줄 모르고 뻗어나간다. 잠 못 이루는 시간이 시작된다. 불안에서, 불안해서 깊은 어둠의 그림자가 찾아든다.


갑자기 휘몰아친 불안을 짚어본다. 사라짐에 대해. 영화나 소설 속 장면처럼 어느 날 내 옆에 존재하던 G가 힘없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남편은 강하고 큰 사람이었다. 비록 내면은 아닐지라도 그가 빌려 쓰고 있는 개체는 그랬었다. 누구보다 단단하고 지칠 줄 몰랐다. 그런데, 어젯밤 그의 개체는 마치 마모된 껍데기 부품 같았다. 소모된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한 인조인간처럼. 그를 향한 아련한 마음이 '사라짐'이라는 불안을 낳기 시작했다. 불안은 빠른 속도로 퍼졌고 멈출 줄 모른다. 결국, 두려움에서 불안의 그림자까지 만들어 낸다


내 불안의 근원은

불안은 무엇으로 시작하는가

불안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내 불안은 왜 시작되었는가


욕구가 단단해짐에 따라 불안의 결은 더욱 불규칙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욕구는 확장되고 깊어진다. 그때마다 내 불안은 해소되는가.


나를 둘러싼 주요 감정은 불안이었다.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는 건 목표를 이루는 삶의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된다. 불안은 범위에서 벗어나거나 궤도를 이탈한 적이 없다. 평안이 찾아온다 해도 불안은 평행선으로 그려진다. 마치 진실이라 믿고 살아가며 거짓보다 더한 진실한 곳에 모순이 존재하는 것처럼.




꽃샘의 시샘이 극에 다다른 어느 날 그 아이가 수줍게 내게로 왔다. 아주 옅은 향을 퍼트리며 찾아온 아이에게 무엇으로 환영을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 잠자리를 제대로 챙기기로 했다. 저녁이면 외부 영향 없이 포근하고 아침이면 가장 먼저 햇살의 인사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정했다.


아이는 (꽃) 봉오리가 포도송이로 방울방울 맺혀 인사했다. 송이송이 터질 때마다 상쾌한 기적이 일었다. 향기 하나 기억 둘 향기 셋 기억 넷... 기쁨은 지워진 구멍을 찾으려 애썼고 슬픔은 부분으로 커지고 앞으로 점점 자라날 그것을 안도하며 손으로 가리기도 하고 언제 희미하게 다시 솟아오를까 두려워지기도 한다.


다음 날 아침 마음의 무게였을까. 아이는 전날 균형 잡힌 몸이 급속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기울었다는 뿌리에 문제가 생긴 걸까. 근본 문제는 무엇일까. 요리 저리 살펴보니 아이의 향이 봉오리가 터지듯 더해진다. 구근 하나에 또 다른 대가 올라오고 있다. 아이를 도우려 작은 희망으로 기존의 대를 재지 않고 잘라주었다. 힘을 잃고 있는 원래의 꽃봉오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그라들었다. 아이가 키워낸 귀한 새로운 봉오리가 방울방울 맺혀 땀을 닦아가며 천천히 오르고 있다.

애씀을 지켜보며 느꼈기아이의 노력이 더 대견하기만 하다. 말을 걸고 향을 맡고 따뜻한 눈길로 애정을 보내고 어느새 아이에게 내 불안을 잠시 맡겨본다. 아이가 자라는 삶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삶의 공명에 대해 수학을 하며 다시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불안은 여전히 곁에 있다. 다만 인정하기로 했다. 난 여전히 불안에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쿵쿵대는 심장을 위해 가슴에 따뜻한 손을 얹어 자신의 불안을 다시 짚고 돌아보기로 했다.


새로운 봉오리가 올망졸망한 꽃봉오리를 맺었. 내가 떠넘긴 불안을 안고서도 아이는 책임을 다한다. 불안과 평화를 다스리는 것처럼. 아이가 자라는 자연의 섭리, 불안을 안고 사는 삶의 공명에 대해 철학하는 사유를 한다. 수학을 하며 얻은 기쁨만큼이나 그 사유가 감사하다.


깊어진 아이의 꽃망울이 여간 대견하지 않다. 방울방울 터지는 향기가 입가 미소를 선물했다.


넌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거니.


덧.

출판사에서 책 표지 디자인 투표(기한:~3월 9일)가 있었다. 출간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놓여있다. 생각보다 신경 쓸 것, 그것보다 마음 쓸 것이 많다.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지금의 감정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거라 하지만 불안이 지나치게 심장을 뛰게 하고 두려움은 불안의 그림자를 가지고 왔다. 감정 상자를 꺼내 지금의 불안을 잠시 보관해 두려고 한다. 상자를 열자 뭔가 섬뜩하다. 새로운 불안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불안은 내 어깨 위를 타고 조롱하듯 최대한 크고 두려운 웃음을 보인다.



인스타 궁리출판으로 들어가서 투표 참여 하세요.

https://www.instagram.com/kungree_press/


 기한 3월 9일


1, 2번은 그러데이션에 홀로그램 들어갈 계획이고 3번은 제목포함 흰색에 홀로그램 또는 은박 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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