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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Feb 23. 2024

공부의 목적

진정한 나의 일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다짐했던 마음이 방향과 에너지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쌓인 습도 가득한 흰 눈과 미세먼지의 영향일까. 나를 다잡아줄 설렘이나 색이 다른 빛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소리와 울림으로 시작된 이후 점검의 시간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본다. 확인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솟구친다. 나는 왜 늘 찬사를 받으려고 하는지. 타자의 시선에 내 선택은 자유롭지 않았고 내 사고는 그들의 의식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


내 안에 솟아나는 것은 다짐할 필요가 없다 했다. 다시 말하면 다짐하지 않아도 내 안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일이 자기의 진정한 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나의 일. 어쩐지 약속과는 다르게, 인증하고 올리는 일은 나의 일에서 성향, 성질, 기질과는 이토록 거리가 먼 일일까? 매일의 규칙적 기록보다 매일의 인증이 더 힘든 나. 내가 선택한 일, 약속이라 불리는 그건 언제쯤 저절로 솟아나는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약속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않고 지키려고 애써왔다.


갇혀 지낸, 놓아주지 않은 나의 일을 생각하니 안타깝다. 솟아나려는 그 일을 막아선 듯 불편하다. 자신의 소명을 기록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조금만 더 능동적으로 변하려는 건 욕심인 걸까. 약속을 했기에 나는 매일 그것만큼만 하는 걸까. 그것만큼만 사는 걸까.


​욕망한다. 욕망했다. 읽고 쓰고 나눔에 대해. 그 근원은 잘 살아가려는 다짐에서 시작했다. 잘살고 있는지 다시 돌아본다. 그것조차 파헤쳐 보니 자유였다. 경제적, 시간적, 공간적... 누군가가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다면 순전히 욕망으로 시작했고 그게 가장 '나다움'이라 믿고 있었다. 착각의 늪. 변명인가.


아이들에게 습관처럼 뱉어내는 마음의 소리는 제대로 된 공부를 하라고 전한다. 제대로 된 공부는 지식이나 정보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다. 견디는 힘, 사랑을 알아차리는 힘, 베풂을 할 줄 아는 마음, 정의로움을 볼 수 있는 눈 등 다양함에서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실천하고자 한다.


가끔 의도적으로 주변과 거리를 두었다. 스스로 선택한 고독으로 자신을 지켜 나가고 우뚝 솟을 힘을 기르고 있었다. 아주 사소한 외로움의 늪에서는 자신을 찾아내기 힘들다. 타자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리라. 삶에는 수도 없는 모순의 상황이 펼쳐져 있다. 때론 내가 생각하고 말하고 의식적으로 표출하는 수많은 각오 속에 진실이 얼마만큼 있는지. 그때의 진실은 진실보다 더한 거짓된 진실인지도. 내 의식을 통해 표출되는 수없이 많은 나의 모습이고 타자의 평가에 휘둘리는 나의 깊은 내면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짐한다. 모든 것을 실행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다시 되뇐다.


나는 누군가에 의해 태어났다. 하여 만들어졌지만 누군가에 의해 앞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으리라. 반복해서 다짐한다. 삶의 주인은 자신이며 자기 자신이 삶을 끌고 가야 한다. 주인으로. 표면으로 드러나고 내면에 숨겨진 주체에 대해 희미하게 떠올려본다. 자신만이 지금 이 순간을 해낼 수 있다.


등대로의 릴리의 생각을 인용하여 과거부터 이어온 순간을 수직선에 옮겨 그리며 삶 전체를 돌아본다.


"삶이란 사람들이 제각기 겪는 사소한 사건들로 이루어졌지만, 물결과 더불어 사람을 들어 올렸다가 해안에 부딪혀 함께 내던져지는 파도처럼, 소용돌이치는 그 사건들이 전체를 이룬다는 것 또한 느꼈다."


혼자, 홀로 있는 시간에서 외부 영향이나 감정의 동요 없이 보낸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쫓으려던 자아가 존재함이 아닐까. 독립적 자아가 준비된 사람이란 그 시간을 견디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최근 고독이라는 단어는 끊임없이 내 시선을 끌고 마음을 잡는다. 가끔 고독과는 다른 사사로운 외로움에 마음이 아프다. 시선 끝에 매달린 그 감정을 떼어내려 많은 노력을 해왔다. 잘 풀어 나가려고 삶의 부분집합인 고독을 감정과 함께 다시 하늘에 올려다 놓았다. 손바닥으로 가린 해와 나를 사이에 둔 하늘에 자리 잡은 고독을 통해 나와 삶을 제대로 보았다. 모든 것이 지속되지 않을 삶을 향하여 처절히 걷는다. 단어들, 그림은 제외한다. 삶에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거나 소멸하지 않는 건 세상을 이루는 단어와 그림뿐이라고. 글을 쓰는 세상에 그 두 가지가 존재한다. 지켜내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을.


지금 나의 공부는 여전히 약속일뿐이다. 공부는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스스로 나를 표현하고 삶의 행복을 누리기 위한 수단, 도구라는 것을 오늘 다시 되뇐다. 여러 번의 실패나 상실감을 견뎌내는 힘, 마음 다해하는 축하와 따뜻한 위로를 하는 마음 앞으로도 나는 그런 공부를 해나간다.


#등대로 #버지니아울프 #고독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최진석 #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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