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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Feb 16. 2024

시가 되려다 만 문장

고독 끝에 매달린 기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벽이었을까? 처절한 외로움을 액세서리로, 가끔은 생필품으로 지니다녔다. 만들어진 모습을 이제는 지키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자 더 쓸쓸해진다. 외로움의 끝에 다다른 거처럼. 운전을 하며  차가 가는 방향의 길 끝에 닿으면 언젠가 외로움도 소멸되리라. 그렇게 자신을 지키려 애써왔다. 한쪽 방향으로 나 있는 길 위에서 외로움도 끝날 거 같다는 안도감으로 흐르는 눈물에 감격했다.


나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고독과 싸웠다. 스며드는 고독을 받아들였다. 가끔 내가 고독을 즐기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 혹자는 그건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나에겐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태도였기에 필수 요소였는지도 모른다. 미래 새로운 시간을 열 수 있는 나의 길에는 언제나 '고독'이 공존해야 할 것이다.


고독을 곱씹으며 여러 날 도서관을 지나 동네 동산, 공원을 올랐다. 그 걸음을 외로움이 쫓으며 공원과 주변의 호흡을 시선으로 담은 후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날도 무엇에서 시작되었는지 바람에 흔들리며 복잡하고 예민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었다. 초겨울 새벽의 분위기와 같이 안개 짙은 날이었다. 새벽 세상을 덮고 있던 습도는 햇살에 밀려 걷혔지만 코를 파고드는 습의 냄새는 여전하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된다. 공원을 둘러싼 이동을 놓친 철새들의 생존의 노랫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새들의 오물은 우리가 공존하는 세상, 펼쳐진 곳을 뒤덮어 색칠했그들의 치열함을 과시했. 치열함이 몸속 깊은 곳에 애잔하게 전해진다. 기대고 말까. 잠시 한쪽 구석에 마음을 두고 공원을 가로질러 바삐 움직인다.


시인의 초대장이 있었다. 곧 있을 토론 모임에 가며 시인의 맑고 투명한 시각을 다시 새겨본다. 고명재 시인의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을 읽으며 추위에 뻣뻣하게 굳은 등근육과 자유롭지 못한 허리 근육을 풀었다. 몸이 녹아든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은 듯 가볍게 흩날리는 눈을 그리움을 실어 두 손 모아 받았다. 설렘 안고 가는 길에 손 가득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리는 울림일까.


자취를 감춘 태양이

찬란하길 바랐던 건.


토론으로 가는 길

오늘,

자연에서의 발걸음이 조금 더 경쾌하기를 기대해서인지.


시인의 초대가 있었다.


오늘이 더 찬란하기를 소망하며

시인은 여러 날 시를 읊었다.


정체성을 잃은 겨울 어느 날

무채색 감정으로의 초대

색채마저 거두는 게 사랑이라 노래한

시인의 시 세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인의 시선과 걸어온 삶

우리 역사의 삶

시인 주변인들에 투영된

눈 내린 길에

과거의 내가, 주변인이 보인다.


햇살 찬란한 그때,

고요히 불어오던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난다.

쌓인 눈이 흩날리며

육방의 고운 결정 방울을 만들었다.

눈부신 아름다움


후련함과 미련, 두려움과 용기

고마움과 서운함, 감사함과 원망

매 순간의 사람

관계가 선을 긋는다.


그 모든 게 아련하게 남은 지금

그건 사랑이라고

따뜻하고 짙은 시의 언어로

큰 파동을 전한다.


시인이 전한 시의 말.


초대에 응한 육방을 이루는 (6명의) 선생님들과 시인을 말하고 시를 노래했다.

시가 되려다 만 문장!!

어쩐지 이미 시인이 세상에 전한 시의 말보다 어여쁘다. 


고독 끝에 매달린 기대, 시가 되려다 만 문장이 어쩐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진실 끝에 매달린 빛나는 거짓이 진실의 모습을 하고 수도 없는 진실보다 더한 진실의 모순을 여전히 온몸으로 겪는다.


"명도의 차이는 있으나 색상과 순도는 없는,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는,

  비존재의 있고 없음 사이에서 존재하는, "


시인의 시선으로 무채색을 연상하고 파헤치고  파헤쳤다. 다시 내리는 눈을 보았다.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는, 비존재의 있고 없음 사이에서 존재하는, " 맑고 투명한 듯 보이나 분명히 존재한다.

무채색, 그건 사랑과 동의이음어 일까.


밸런타인데이를 특별하고 각별하게 지어준 시인, 시가 되려다 만 산문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완전수를 이루는 선생님들과 함께 한 시간을 경이로움으로 노래한다.

투영되는 그들의 마음이 반사되는 것보다 깊은 곳을 뚫고 나오는 그 빛에 감사드린다♡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독서 토론#고명재시인

#밸런타인데이#북토론

#고명재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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