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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Feb 02. 2024

띵 팥: 나 심은 데 나 자란다?

지극히 사적인 서점을 찾아서!

오늘이 맞지.. 아주 사적인 서점 방문!!


시간 맞춰 조금 이른 시간에 출발했다. 수십 가지의 이유를 대며 확인하고 다시 질문했다. 평일 낮에 시간표를 앞당겨 일을 서둘러 정리하고서 꼭 다녀와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묻고 싶었다. 확답도 하지 않은 채 몸은 벌써 차에 올라탔고 내비게이션을 다. 그곳은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크나 책모임을 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까지 수도 없이 다녀왔었다. 북 토크를 위해 차로 15분 미만 거리를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애서가들에게 절대 있을 없는 일이. 근처에 도착했고 내비가 끝난 지점에 바로 '사적인 서점'모습을 드러내리라 기대했다. 그 시간부터 뭔가에 홀린 듯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지난번 '너의 작업실'을 찾았던 문제의 날이 떠오른다. 핸드폰 내비가 문제였는지 얼마 전부터 목적지 근처에서 헤매는 경우가 잦아졌다. 비례해서 자신을 탓하는 시간도 늘었다. 나이가 들며 방향이나 주변을 살피는 몸 기관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건지. 주변을 몇 바퀴 돌고 돌아 20여분이나 지난 시간에 '사적인 서점' 상호를 발견했고 확인할 수 있었다. 아주 작은 상호가 찍힌  입간판을 탓하고 싶었다. 설렘으로만 채워도 부족했던 경계에서 늦었다는 미안함이 앞섰고 서점 입구에서 문고리를 잡고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어렵게 사적인 그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드디어 도착했고 만났다! '사적인 서점'에서 진행 중인 임진아 작가의 북 토크에. 앞서 얘기한 수십 가지의 이유 중 반드시 북토크를 가야 했던 건 '위로'라는 단어로 함축할 수 있다.


작가의 글은 섬세한 위로를 다. 초겨울 추위에도 오한이 느껴져 심하게 떨렸던 어깨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북 토론 모임을 진행해 오며 작가의 책을 나눠본 적은 없었다. 우연한 기회였는지 제목에 이끌려 작가의 책을 아주 사소한 계기로 접하게 되었다. 숨어있는 짓눌린 내 감정을 꺼내 보이며 그래도 괜찮다고 아름다운 언어와 감정으로 토닥이는 위로를 받았다. 생각의 전환, "상황이나 환경을 이왕 겪을 거면 자신을 위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겪자. 그런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자." 작가의 말이다. 독립 출판으로 벌써 12권의 책을 출간한 다섯 지혜 작가와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분은. 극 내향인처럼 느껴지지만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것을 즐기고 먹을 음식도 이왕이면 즐겁고 값지게 먹자는 두 작가는, 삶의 지향점이 같.


삶의 결에서 가장 힘들고 거칠고 아픈 감정을 토닥이기도 힘든 때가 있었다. 답답하고 꺼질듯한 감정의 끝은 그 누구도 모른다. 세상에서 온전히 나의 편일 것 같았던 엄마에게, 언니나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들의 시선에 가려진 내가 있었다. 그건 그들의 잘못도 아니고 나의 인색에서 나오는 서운함과도 거리가 먼 것들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나는 이쁘게 다듬어진, 잘 견디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나를 원하고 바라보고 있기에 아픈 나는 잠시 모습을 감춰야 다. 내면의 불완전하고 버벅대는 고통과 스트레스가 장기를 타고 올라와 식도 끝으로 겨우 빠져나올 때 들리는 마음의 소리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이후 조심스럽게 만지고 잘 다듬어서 기 중으로 소리를 끌어내었다. 나오지 않는 소리를 긁어내고 펌프질 해서 퍼올리는 고통을 통해 마침내 소리는 자유로워진다. 내면의 소리를 끌어내는데 산고를 이겨내는 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작가의 책은 나의 소리가 조금 자유로워졌을 때 그녀의 웃음처럼 수줍지만 밝은 웃음으로 나를 찾아왔다. '나 심은 데 나 자란다'는 평범하고 당연한 기본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건 우리가 잊고 지내는 가장 중요한 태도일지도. 내 삶에서 기본이라 말하는 수없이 많은 중요한 것들을 모순이라는 말로 대신한다. 심은 데 콩이 아닌 팥이 자랄 수도 있다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콩은 완전히 팥으로 변할 수도 있다. 우리 삶은 수없이 많은 모순이 모여  일상의 평범함으로 드러난다. 작가는 어린 시절 가득 담고 있었던 추억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밝을 빛을 낼 수 있었을까. 그토록 단단해질 수 있었을까. 주로 초등학교 교정에서 들을 수 있는 밝음이었다. 밝음을 놓치지 않으려고 경계대신 띵작 팥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팥이 '소'가 되는 노력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받으려고. 나의 책도 작가와 결은 다르지만 누군가가 인내하며 견뎌내는 어느 시간, 어디에서 손을 내밀어 위로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 알 수 없고 성향이 전혀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내가 말한 삶의 가치가 실현되있는 것인지도.


가는 말했다. 자신을 일상 전문가라고. 재능인 일러스트 솜씨는 그녀를 더 빛나게 했다. 여러 경험에서 나오는 음식을 그것들의 자리에서 좀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능력을 가졌다. 사랑을 담을 줄 아는 작가 노력이었으리라. 사랑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그녀의 배려였는지도. "일이란 버티는 게 아니라 여전히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한 작가의 마음에 공감한다. 지금 나는 작가가 말한 일을 하고 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그건 내 삶의 연장선일지도 모른다. 북 토크에 함께한 독자들이 후기 토크에 참여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섬세한 감정을 끌어내 그토록 아름답게 표현해 준 작가를 향한 감동의 마음을 전했다. 독립서점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설렘을 덮었던 미안함을 잊게 했던 팥맛 두유, 팥빵, 팥으로 만든 빼빼로까지 팥이 재료가 된 간식들을 선물 받았다. 감동의 선물!! 까지.


작가의 글은 내 독서 생활과는 조금 먼발치에 있었으나 어느 날 아주 희미한 빛으로 나를 찾아왔다. 여러 갈래의 희미한 빛에서 대칭되는 고운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대칭하는 점과 직선을 그으며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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