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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Feb 10. 2024

기대어

아름다운 낙하.

기대어


삶은

너의 기대와

주변의 죽음과

우리의 원형에서 시작되었고


일상

평범한 나와

각별한 당신

특별한 우리를 담은


액자 소설


뽀송하고 산뜻한 눈송이를 그리워하며 잠시 구름 사이 감춰진 하늘에 눈을 떼지 못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늘고 밝은 빛이 화려하게 하늘을 갈라놓았다. 남북이 분단되는 아픔에 숨죽였는가. 동서로 쩍 갈라지던 화려한 빛에 이어 고통의 신음을 호소했다. 곧 시야가 흐려졌다. 새해를 맞이한 첫눈인지 비인지 정체 모를 너를 쫓다 우연히 마주친, 나무 끝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꽃이 세상눈을 통해 더욱 빛난다.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통과할 때처럼 동공이 심하게 흔들린다. 몇 겹의 옷을 걸치고 순백의 자태를 뽐내는 눈꽃은 자신이 꽃인지 눈인지 정체성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나는 믿으려 한다. 자태에서 나오는 노력을.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 불빛을 즐기며 끝까지 자신을 지켜나간다.


내면에서 나오는 작은 빛을 통해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까. 내 안에서 솟아나는 것, 끌어내지 않아도, 긁어내지 않아도 내 안에서 나오는 수도 없는 질문,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일부는 가장 작은 물방울로 공기 중에 분사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어제, 오늘이 쌓여 내일을 짊어져야만 할 것처럼. 마음을 준비하는 일조차 무겁기만 하다. 포부와 소명은 인격적인 문을 통해 크기보다 더 확장된 무게로 내게 살포시 기대었다.

기온보다 습도가 앞선 하늘에서 가볍고 포근하지 않은 눈이 쏟아진다. 무겁다. 투명한 길 위를 짧은 걸음으로 움직였다. 아슬아슬한 투명한 유리판 위를 있는 힘껏 힘을 주고 걷는다. 한발 한발 조심히 디딘다. 허리를 타고 올라온 묵직한 뻐근함이 어깨에서 멈췄다. 걸어온 길을 살피며 돌아보고 회고라는 명목으로 다른 색을 덧칠한다. 그 사이 꽉 채워진 ''이 노래하는 새''찾아왔다. 소리소문 없이 곁에 와 있었다. 선조들의 지혜인가. 고집일까. 집안의 문화와 전통을 외면하고 싶지만 관계는 경계에 있는 나를 다시 불러들였다. 확실한 실천을 요구하는 거처럼.


티격태격 요란하게 싸우던 눈비가 사이좋게 조용히 내린다. 세월이 흘러 삶의 수가 차곡차곡 쌓인다. 우산을 쓰고 눈인지 비인지 모를 그것을 도망치듯 헤쳐나간다. 걷는 걸음도 눈치채지 못했다. 눈으로 장식된 비인지. 비로 감춰진 싸라기인지. 혼란스럽지만 산뜻함으로 씌운 새해를 희망한다. 추적한 기분이 스며들지 않기를 바라며. 이왕이면 뽀송한 눈송이를 기대한다. 눈비의 시련을 저항 없이 맞섰고 방어기제를 내세워 눈을 감고 턱 끝을 치켜들어 하늘을 본다. 기원의 마음은 하염없는 그리움과 간절함으로 옮겨간다. 삶의 햇수가 더해지며 커지는 그리움어디서 시작되었는가.


여전히 모순을 는 오늘, 새해의 다짐으로 건강과 과거의 열정 에너지를 쫓는다. 그 시절의 절절함을 담아 목표를 읊어본다. 여전히 난 정서적 안정을 찾지 못했다. 긴 터널에서의 두려움은 소리의 울림으로 확장되었다. 동시에 시간의 나이는 거꾸로 움직이고 다. 신체의 건강함보다 감성의 깊이는 모순의 길을 돌고 돌아 우울이라는 정점에 닿았다. 모순의 정점에서 끝없이 낙하하던 그때 가장 큰 날갯짓으로 다시 날아오른다. 낙하 속도가 커질수록 비상하는 높이도 비례하는 모순을.


가장 아름다운 비상을 꿈꾸며.


덧. 설날 아침. 끝없이 쏟아지는 일이 쌓여있다. 달이 만든 새해를 명분과 책임으로 시작했다. 가끔 책임과 의무가 나를 만들어가는지 본연의 나의 모습이 책임을 쫓으려 하는 건지 다시 출발점으로 왔다. 연재 날짜를 지키지 못한 하소연을 외부에서 찾으려 했다. 바쁜 일정보다 복잡한 내면에 있었다. 달이 정해준 새해 첫날 답답할 만큼 쌓인 일거리가 반가움보다 부담으로 찾아왔다. 연휴 내 반복된 일과와 끝없는 노동은 가족을 위한 아름다운 배려였다. 그 끝은 부자연스러운 몸과 부정적 마음이었다. 마침내, 내면을 들여다본다. 직접 만든 만두를 재료로 떡 만둣국을 끓이며 내면의 약속을 살폈다. 달의 영역에 의지해 새해 첫 떡국을 끓여 먹으며 연재에 대해 생각했다. 새로운 다짐과 약속으로 전향된 연재의 시작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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