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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Mar 29. 2024

책 밖에서 만난 작가

관계의 수학_어느 사랑의 방정식

우여곡절, 긴 기다림 끝에 출간을 했고 이후 감정까지 앞서서 다독일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시원하고 기쁠 거라고만 생각했던 막연한 감정은 현실로 옮겨지며 다시 자신을 채찍질했다. 이성이 감정을 넘어서 있기에 일상과 자연, 지구 궁극적으로 우리 삶이 정상적인 리듬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당장은 고인 듯 느껴지는 이감정이 가장 보편적일지도 모르지만...  예민한 성격 탓인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일이 몰아쳤다. 천천히 해나가리라 자신을 다시 다독이며 나를 돌아보고 있다. 수업 이후 질의서를 작성하며 책을 썼던 처음으로 돌아가 조금 떨어진 먼발치에서 자신을 살펴본다. 조급하고 다급하며 경솔하기까지 한 여러 모습의 내가 보인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낸다기보다는 모순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그런 삶이 아닌, 스며있는 모순까지 안고 살아가는 중이다. 누구에게 더 특별하거나 아름답다고 할 수 없고 누구에게 더 안타깝거나 아프지도 않은 . 그게 삶이다. 나는 그렇게 삶을 받아들였다. 부정적인 단어들로 좀 더 선명하게 진실과 거짓을 나누는 모순이 아닌 이미 우리 곁에 스며든 모순을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책 밖에서 만난 작가 | 관계의 수학을 펴낸 권미애 저자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궁리 독자들과는 처음 만나시는데,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궁리 독자님들, 저는 궁리를 사랑하고 궁리의 철학을 한없이 동경해 온 궁리의 독자였습니다. 길 위의 수학자이기를 꿈꾸며 오랜 시간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배움의 근원을 찾아가고 있던 중다시 궁리와 인연이 시작된 거죠. 책을 읽고 토론으로 나눔을 하며 삶에서 '나'를 찾는 여정에 있습니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걷던 산책길에서 세 잎, 네 잎의 클로버에 감탄하며 행복이 행운을 안고 숨죽이며 기다려온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상에 퍼져있는 근원, 경계 등의 단어를 사랑합니다. 단어에 집중해 에너지를 느끼고 매일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Q2. 이 책은 작가님의 삶을 수학적으로 풀어낸 수학산문집인데요. 어떤 계기로 집필하게 되셨나요?


A2. 처음 글을 기획할 때만 해도 수학자를 통한 철학적인 내용으로 그들의 시선을 삶에 덤덤히 옮겨 수학으로 풀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수학을 가르치며 살아온 삶이 온전히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가르침을 통해 배움을 더 깊이 이해하기 시작한 거죠. 일상과 떨어뜨리거나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고 삶과 수학을 하는 그 두 가지에서의 공명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수학을 하는 일과 내가 살아가는 일상이 함께한다는 것을 느끼며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이후 내 삶에 좀 더 집중하는 콘셉트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새롭게 탄생하게 된 거죠.

           

Q3. 유년 시절 숫자 57을 처음 만나신 일화가 인상 깊습니다.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시거나 강렬하게 다가온 숫자와 그 이유를 소개해주세요.

     

A3. 저는 소수를 대체로 좋아합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가 원자이듯 합성수를 소수들의 곱으로 나타내곤 합니다. 생각이 복잡할 때 하는 놀이입니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수는 자연수도 소수도 아닌 ‘0’입니다. ‘0’은 경계를 말해줍니다. 안과 밖, 겉과 속, 시작과 마무리, 처음과 끝의 경계인 독특한 0을 좋아합니다. 도약과 나눔, 변화에서 전환의 기준점이 되는 0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Q4. 책에는 한국 사회 안에서 부모 노릇, 자식 노릇이라는 좌표에 대해 나와요. 작가님은 누군가의 자식이시기도 하고, 또 누군가의 부모이시기도 합니다. 어떤 계기에서 이 좌표를 떠올리게 되셨나요? 

    

A4. 나의 자리에 대해 어느 날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나는 나로 살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나는 내가 아닌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선생님 등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좌표가 주는 책임에 대해 생각하며 차곡차곡 눌러왔던 감정을 좌표로 옮기던 어느 날 그 한 점의 무게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그때부터 좌표평면에 옮겨지는 좌표, 노릇을 좀 더 신경 쓰고 좌표에 주의하게 되었습니다.  

         

Q5. 결혼 생활은 이제껏 알지 못했던 사랑을 배운 시간임과 동시에 원치 않게 얽힌 관계들을 인내하는 시간이라고 하셨어요. 이 여정에서 수학이 어떤 이정표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5. 이번 질문은 좋아하는 숫자 0과 연계되는데요. 수학은 원치 않거나 원하거나 상관없이 좌표에 대응하고 좌표를 정해주기도하죠. 운동에너지가 ‘0’이 될 때 위치 에너지는 최대로 나타납니다. 생각과 실천의 전환점이자 변화인 방향 바꾸기를 하며 결혼이라는 크고 중요한 선택을 했습니다. 이정표 없이 갈등하던 그 시간 결혼이라는 최선으로 한 선택을 수학은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하게 했고 매 순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합니다.            

Q6. 따님과 벚꽃길을 걸으며 오일러의 항등식을 풀어내신 장면이 낯설면서도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왜 이 오일러의 항등식이 아름답게 느껴지셨는지 저희에게도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A6. 오일러의 항등식이 주는 천상의 하모니의 아름다움은 축제에서 느끼는 황홀과 경이를 다 느낄 수 있습니다. 곳곳의 전율이 녹아드는 무리 상수 e의 세상 위로 미지수가 있고 결이 같은 허구의 우주에 자리한 별인 복소수(!)와 마주하고 대칭을 이루듯 1(곱셈에 대한 항등원)을 옆으로 살짝 얹은 세계에서 0(덧셈에 대한 항등원)의 세계로 전환해서 연결한 오일러의 함수식입니다. 그 함수식에 미지수를 대신해 자리한 원주율(π)을 만나서 마침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수식은 나에게는 진리입니다. 관계에 집중하니 균형과 조화까지 느껴져서일까요. 복소수의 범위 내 영역의 수를 다 포함한 식은 오일러의 항등식뿐입니다. 명료한 아름다움이 균형 있게 자리하죠.

          

Q7. 본문에는 새벽 명상과 여러 모임 활동이 등장합니다. 명상, 집필, 수업, 모임 등등 작가님의 하루와 일주일 루틴이 궁금합니다. 

    

A7. 저의 하루와 일주일은 단조롭기도 하고 일관되게 느껴집니다. 하루는 미라클 명상으로 시작되며 가족들이 일상으로 자신의 좌표를 찾아 발돋움한 이후 번잡하지 않은 나의 시간이 다시 시작됩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나눔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후에는 수업 준비를 하고 수업을 하죠. 매주 수요일이면 토론 모임을 하며, 목요일은 함께 책을 낭독하러 갑니다. 낭독은 혼자 읽기와는 다르게 단조로움과 무덤덤한 감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각기 성질이 다른 모임을 향해 시간에 맞춰 움직입니다. 그곳으로 발돋움하는 그 길이 가장 설레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Q8. 관계의 불안에 놓인 모든 미지수에게 이 책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A8. 관계의 불안에 놓인 미지수 당신께 나를 찾아가는 방정식의 긴 여정에 뛰어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여정을 치열하게 겪어야 흔들림과 불안이 잦아듭니다. 자아를 찾아가는 책의 그 메시지가 끌림으로 우연히 닿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독자님과 이 책의 만남처럼요.

          

Q9. 브런치스토리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계신데요. 차기작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9. 차기작은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모집 공고를 냅니다. 학교 밖에서 만난 청소년과 학교 내 학생들을 중심으로 지원서를 챙깁니다. 자격이 따로 없기에 정형화되거나 틀에 짜여 움직이는 학생들이 아닌 자유로운 영혼의 의견과 생각들이 실립니다. 다소 엉뚱하더라도. 모집 공고를 통해 이루어진 수학 토론을 시작에서부터 끝, 모임 전체의 현실적 성립 및 체계까지. 수학 토론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수학동화 또는 소설 쪽으로 쓰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수학이 진심으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수학의 목적을 생각하고 씁니다. 일상과 수업에서 지나치고 잊거나 기억하는 부분을 조용히 풀어냅니다. 독자에게 닿기까지 수학을 차분히 읽어냅니다. 이상 그 두 가지로 기획하며 글은 쓰고 있습니다.      




덧. 감정과 이성의 경계에서 좋아하는 숫자 0을 떠올렸다. 삶은 경계, 테두리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밖을 살피며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했다. 선택의 연속인 이 삶을 걷고 있을 뿐이었다. 조금 덜 혼란스럽고 덜 아프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저 먼발치에서 보아왔다. 내 삶만으로도 벅찼기에.

M이 아프다. 우리도 아프다. 좀 많이 웅크리고 있었기에 M은 더 아픈 걸까. 조금 먼발치에서 M이 걸어온다. M의 시선으로 주변을 본다. 공기도 자연도 바람도 다르다. 봄이 준 결이 같은 바람일까. 봄이 다 가기 전에 일어서길. 더 이상 아프지 않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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