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주는 위로_퐁당 토론
과정과 결과 중심주의
(수애는 규선이의 생각, 민하의 적절한 피드백에 감탄했고 그들의 창의적 사고, 논리를 존중했다. 규선이가 찾아낸 세 지점의 외심을 활용하면 잃어버린 블루투스를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것만이 정답이며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까부터 몸을 들썩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영성이가 수애와 눈을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 손을 번쩍 든다. 특유의 웃음기 띤 얼굴로.)->연결 글
영성이는 호기심이 많은 것 이상으로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허당이라 말하는 실수가 잦은 친구다. 수애는 얼마 전 영성이가 도서관 근처에서 어떤 스쿠터를 탄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했다. 긴 머리의 여자분은 얼핏 보기에 스쿠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느껴졌다. 나이와 체격 분위기 모두. 그런데, 잠시 후 다시 보니 또 그런대로 어울리는 느낌도 들었다. 스쿠터 뒤에 큰 바구니 같은 것을 매달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우유가 가득 들어 있었고 그분이 부탁하듯 영성이에게 우유를 건네는 중이었다. 수애는 거리를 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봤는데 느낌상 그분이 당연히 엄마로 보였다. 영성이를 향해 안타깝다는 듯 큰소리로 뭔가를 얘기하는 엄마와 뒤도 돌아보지 않던 아이는 그분을 뒤로하고는 도서관 안으로 짜증스럽게 들어갔다. 수애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영성이는 움직임이 많았으며 호기심은 마치 내기를 한 것처럼 항상 그것을 앞서갔다.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바람의 속력과 방향을 고려해서 자신이 계산한 부분에만 집중해서 고집을 피웠고 우산을 바닥과 45° 미만의 각도로 받쳐 들고 가다 결국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앞에서 오던 오토바이와 부딪쳐 큰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었다. 위험에 노출된 일은 영성이에게 수시로 찾아왔다. 그런 일은 영성이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영성이 아버님도 비슷하다고 들었다. 수애가 깊숙이 관여하거나 알 수는 없어도 경제력은 수시로 위태롭게 가족을 찾았고 어머님의 꾸준한 생활력과 태도, 부모님의 신앙으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다.
모집 회원 중 수애가 알고 있는 친구는 몇 안된다. 그중 한 명이 영성이었고 아이는 착하게 성장하는 듯 보였으나 내면에 상처를 많이 안고 있었다. 세상이 자신에게 닿기 시작했을 때 세상은 딱 자신의 고민만큼 거꾸로 움직인다고 믿고 있었다. 아이는 프레임에 갇힌 생활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결국, 아이는 특목고를 선택해서 갔고 그곳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울 만큼 처음에 자유로워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시간을 누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도 등하교가 가능한 특목고였기에 숨통이 트였다. 영성이가 도서관 가까이 있는 주변 공원을 자주 걷는다는 것을 수애는 알고 있었다. 동네 공원과 도서관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행복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요소이다. 동네를 구성하는 요건에 공원과 도서관이 필수라는 걸 아이는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 영성이는 공원을 걸을 때 마음이 놓인다. 생각을 비우면서 오히려 주변을 수학적으로 볼 수 있었다. 가정에서의 일, 학교에서의 일을 잊을 수 있고 지워가기에 딱 좋았다. 현실 도피를 잠시나마 할 수 있는 그곳이 바로 힐링의 공간이다. 청설모가 지나가다 영성이를 발견하자 도망친다. 청설모의 꼬리와 소리에 집중해서 쫓아가니 나뭇가지를 타고 자신에게 멀어지고 멀어지더니 가지 끝에 다다르고서는 나뭇가지가 포물선의 모양으로 휘어진 곳까지 두려움 없이 간다. 청설모의 유연한 모습에 주변 풍경의 시간을 아름다움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영성이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연신 웃음기 있는 얼굴로 앞으로 나간다. 친구들을 한 번 둘러본 영성이는 다시 질문을 정리해서 읽는다. 그리고 보드판에 삼각형을 그리며 입을 열고 명확하지 않은 발음이지만 소리 높여 밝게 말했다. "블루투스 신호음이 끊어진 세지점을 연결해서 삼각형의 세 꼭짓점으로 둡니다. 삼각형의 세 꼭짓점에서 세 각의 이등분 선들의 교점이 바로 내심입니다. 모두 알겠지만. 내심의 성질을 이용하면 각 변에서부터 수직으로 내심에 이르는 길이는 같습니다. 내접원의 반지름인 거죠. 삼각형의 세 변에 어림으로도 확인되는 수직인 길이가 체크 가능하다면 내심을 이용해도 충분히 블루투스 이어폰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외심과 비교하면 최단시간에 찾을 수 있다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무작정 헤매다 결국 찾기를 포기하는 것보다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수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내심도 무선 이어폰을 찾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수학적인 방법이다. 다시 말하면 과정과 방법적인 측면에서 예측할 수 없는 위치를 짐작하고 그 위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내심 또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과정이며 방법이다. 아이들의 창의적 생각에 감탄했다. 생각 끝에 오늘의 논제에 좀 집중해서 다시 확인한다. 영성이가 제안한 내심을 선택하기보다 규서가 마무리한 외심을 가장 짧은 시간 정확한 방법으로 무선 이어폰의 위치를 파악하고 찾는 방법으로 선택했고 그 이유를 아이들과 나누려고 다시 질문을 던진다.
아직 자신이 제시한 방법을 보드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확인하던 영성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수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뭔가를 발견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영성이의 열정 에너지는 생각을 넘어서지 못했을까. 에너지가 불안함이 되어 주변으로 퍼지고 있을 때 윤이가 눈을 반짝였다.
수애는 왜 드디어 윤이가 맘을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수애는 윤이가 처음부터 이 모든 상황을 알고 관조적으로 지켜보는 듯 느껴졌다.
->다음화에 계속 이어집니다.
덧, 시간에 맞춰하는 연재는 어떤 힘으로 자신을 나아가게도 하고 틀 안에 나를 가두는 요소로 변하기도 한다. 그래도 연재가 있기에 내 글에 집중할 시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확보된다. 내면이 긍정, 부정으로 채워지는 치열한 시간을 즐긴다. 이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