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으로 엿본 우리 삶의 평균값, 평균 기울기 적분으로 찾아본 수없이 잘게 나눈 넓이의 합으로 불규칙하거나 측정하기 힘들거라 생각한 여러 함수를 구할 수 있었다. 위치를 미분해서 속도를 찾고 속도를 미분해서 가속도를 찾아내는 관계까지. 토론 교실에 모인 친구들과 그들의 가족 지인 그리고 수애와의 관계를 새롭게 펼치며 다시 나눠서 서로를 시간의 흐름으로 볼 준비를 했다.
삶을 움직임으로, 감정으로, 의식으로 욕구를 찾아내 비우고 흐림 가운데 천천히 채워나가리라 다짐했다.
->지난 화에 이어서
한 주후 마주한 친구들의 모습은 기대와는 다르게 궁금함과 그리움으로 남았다. 수애는 짐작했고 기다렸다.
책을 낸 지는 시간이 좀 지났으나 수애는 책과 글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남달랐다. 자신이 꿈꾸는 삶을 놀이로 즐기며 그런수학 세상에 대응할 때마다 수애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꼈다. 자신이 사는 삶과 물질, 물질을 이루는 원자, 존재하는 세상에 대해 애정이 넘치는 수애가 꿈꾸었던 북토크였다. 책을 출간하고 크고 작은 여러 번의 북토크가 있었다. 대부분 소소한 북토크였으나 매 순간 독자를 만날 때마다 공간과 독자들 간 서로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고 주고받는 에너지 외에 말과 호흡의 규칙성이 그녀를 더 설레게 했다. 그중에서 이번 북토크는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준비 기간이 길었고 독자를 생각하며 머릿속 회로를 그대로 옮겨 메모했다. 마인드 맵을 그리듯 수애를 지배하는 머릿속 지도를 표면으로 옮겨 완벽하게 재연했다. 그래프를 그렸고 시를 썼으며 오일러의 공식으로 지도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절절한 울림을 전했다, 독자들에게. 오일러의 항등식에 대한 자신만의 아름다운 시선을.
수애는 북토크에 모인 독자들에게 '관계'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며 시 한 편을 정성 들여 낭송했다. 한 편의 '시'를 독자에게 설렘의 마음으로 던졌다. 작가의 마음으로 질문과 함께.
"시 한 편 낭송하겠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듣고 시의 제목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출발이 중요했어, 탄생이었을까
누군가 시작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귀에 대고 속삭였지
직선 위를 걷는 여정에서
잠시 멈춰 돌아보니
걸음걸음이
쌓이고 쌓고 다시 쌓이고
그렇게 단단해지고 유연해졌어
긴 침묵 후에
송알송알 소리 내며
곁에 온 너를 알게 되었어
오랜 시간 동안 우린 쭉 함께 했다는 걸
서로가 서로에게
얽히고설킨
때론, 맹목적으로
간간히, 이성적으로
황금비를 유지하려 했어
뻗어 나가는 선 하나 찬란할 수 있도록
수애의 낭송이 끝나자 여기저기 독자들의 소리가날갯짓을 하며, 달리고, 걷고 던져지며 사뿐히 내려앉았다. '시작', '탄생', '침묵', '삶'까지... 쏟아지는 단어 가운데 정답이 수애 마음에닿았다. 단발머리의 어여쁜 여학생... "함수또는 관계가 아닐까요." 수애는 그 학생을 눈여겨봤다. 정답은 관계라 할 수 있으나 함수의 정의를 명확하게 아는 친구처럼 보였다. 학생의 답을 들으며 수애는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단발머리가 몹시 잘 어울리는 한 여학생이 혹시라도퐁당 토론에 관심을 가져주길. 수애는 다음 날 아침 도서관 4층 교양교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갔을 때 단발머리의 여학생과 함께 논제에 몸과 마음을 기울이며 머리를 맞대어 생각하고 나눔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지 잠시 행복한 상상을 해봤다.
피곤으로 곯아떨어지리라 예상했던 북토크가 있었던 밤, 꿈을 꿨고 수애의 바람인지 비몽사몽의 의식에서도 다음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수애는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켰고 뼛속까지 스민 오래된 피로감을 가뿐히 이겨냈다. 그녀가 말한 직선 위의 한 점에 다시 다가섰다. 도서관까지 쭉 연결될 직선 위를 걸으며 친구들을 곧 만날 순간을 그렸다. 전날 밤 독자를 만난 그 감흥을 잊지 못했고 걷는 걸음에 리듬을 실었다.
수애는 자신이 삶을 움직임으로, 감정으로, 의식으로 욕구를 찾아내 비우고, 흐림 가운데 천천히 채워나가리라 다짐하며걷고 또 걸었다. 도서관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수애의 심장은 큰 폭으로 요동쳤다. 매우 불규칙적으로.
수애는 두려워졌다. 규칙적이지 않은 호흡과 널뛰는 심장을 해결해 보려고 도서관이 보이자 들어가는 것을 잠시 미루며 도서관 주변을 한번 더 돌았다. 돌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화벨이 울렸다.
울리는 소리에서 부정적 사연을 눈치챘을까. 마음으로 짐작했을 뿐일까. 어두운 그림자가 구름을 가려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듯. 전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다급한 소리를 분석하던 순간 수화기를 뚫고 나온 그 소리는 분명히 수애가 아는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사고에요.영성이가... "
덧. 연재에 대해
여전히 무거운 마음은 있으나 어쩌면 무엇보다 자신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깊은 책임으로!다시 자리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