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도시는 여전히 회색이었다
전쟁이 스쳐간 골목마다 그림자가 낮게 깔리고
바람은 오래된 성당의 종소리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흘려 보냈다
그곳에서 두 사람이 마주 서 있었다
한 사람은 어머니, 다른 한 사람은 아들
빛 속에서 둘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다
한쪽은 꺼지지 않은 불안을
한쪽은 말하지 못한 고독을
조용히 품은 채
눈 아래 내려앉은 그늘은
오래도록 잠들지 못한 밤들의 무게였고
스스로 지켜내야 했던 어두운 길이였으며
그들을 조용히 파고들었다
두 시선은 서로 다른 곳을 향했지만
한 점에서 조용히 닿았다
그 사이에 놓인 침묵
그것이 바로 둘의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