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언덕 위의 모자

by 말하는 돌

언덕 위의 도시는 여전히 회색이었다

전쟁이 스쳐간 골목마다 그림자가 낮게 깔리고

바람은 오래된 성당의 종소리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흘려 보냈다


그곳에서 두 사람이 마주 서 있었다

한 사람은 어머니, 다른 한 사람은 아들

빛 속에서 둘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다

한쪽은 꺼지지 않은 불안을

한쪽은 말하지 못한 고독을

조용히 품은 채


눈 아래 내려앉은 그늘은

오래도록 잠들지 못한 밤들의 무게였고

스스로 지켜내야 했던 어두운 길이였으며

그들을 조용히 파고들었다


두 시선은 서로 다른 곳을 향했지만

한 점에서 조용히 닿았다

그 사이에 놓인 침묵

그것이 바로 둘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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