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얼굴이 조용히 떠올랐다
거울을 베끼는 손이 아니라
여기 내가 있다
라고 말하려는 첫 숨처럼
스스로를 그린다는 행위는
살아 있는 마음이 증언하는
마지막 무대였다
그녀는 타인의 눈을 기다리지 않았다
아름다움의 법칙도 외면한 채
앞을 똑바로 보았다
그 순간
보이는 이에서
보는 이가 되었다
거창한 말은 없었다
다만 거울 앞에 서서
자기 존재를 지우지 않겠다는
작은 선언이 있었다
그 침묵 속에서
시간이 움직였고
한 사람의 얼굴은
자신의 서사가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