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묻는다.
살아남은 자가 과연 증언자가 될 수 있는가.
죽어간 자들만이
진실의 끝을 본 것이라면,
남은 자의 말은 언제나
부족한 기록, 빛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그림자일 뿐.
죄책과 의무는 서로의 얼굴을 닮아가고,
말하고 싶으나 다 말할 수 없고,
침묵하고 싶으나 끝내 침묵할 수 없는 마음이
내부에서 서서히 갈라진다.
지워진 현장은 설명되지 않았고,
부서진 시간은 서술되지 않았다.
남은 것은 빛이 닿지 않는 구석에서 떨리는 음영뿐.
그 빈자리를 오래 바라볼 때 우리는 알게 된다.
시간은 무너져 언어가 되지 못하지만,
언어가 닿지 못한 자리에서
다시 작은 울림이 피어난다는 것을.
이것은 성공할 수 없는 글이다.
실패를 끌어안지 않으면
남길 수 없는 글이기도 하다.
나는 다 말할 수 없기에,
이 흔적을 남긴다.
그 속삭임은 먼지처럼 흩어지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잔혹함 이후 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미 잘못이라고 누군가는 말했으나
그 말의 끝에서
다른 목소리가 조용히 깨어난다.
그래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고.
그래도 말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