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자리, 시작의 숨

by 말하는 돌

폐허 아래

아직 꺼지지 않은 빛이

느리게 숨을 쉰다.


흙은 끝이다.

인간은 결국 그곳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흙은 또한 시작이다.

씨앗이 깨어나는,

어둠이 자궁이 되는 자리.


재는 불타고 남은 이름 없는 잔해.

이미 사라진 것의 그림자.

그러나 재는 끝나지 않는다.

차갑게 식은 회백의 자리에

또 다른 언어가

조용히 숨을 고른다.


살은 가장 연약한 빛이다.

상처 앞에서 쉽게 무너지고

죽음 앞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없지만,

살은 감각의 문,

숨의 출발점.


살은 찢기고,

흙이 덮이고,

재가 스며들어

다시 하나의 얼굴을 만든다.

보이지 않고 이름도 없는 얼굴.

그러나 여전히 인간이다.


지워진 자리, 없어진 몸, 끊어진 목소리.

그러나 흙과 재와 살로 남은 잔여의 표면은

서서히 말한다.


그들은 아직 여기 있었다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그 운명은

절망인가,

혹은 귀향인가.

이전 27화이름 없는 자들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