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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질투해 봤어요"

"엄마도 질투해 봤어요?"


며칠 전, 딸아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럼, 엄마는 지금도 매일 하고 있는걸."


그러자 딸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엄마, 저는 요즘 너무 힘들어요. 질투나는 마음 때문에 나쁜 사람이 된 느낌이에요."


그렇게 시작된 우리 대화는 무려 1시간 동안이나 이어졌습니다.


딸아이는 친구들이 자기보다 키도 크고 어른스러워 보여서 질투가 난다고 했습니다. 요 며칠 자꾸 키 이야기를 하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역시 이유가 있었습니다.


딸아이는 5학년이 되지만, 또래보다 한참 작습니다. 친구들과 비교하면 머리 하나 정도는 작습니다. 12월 말일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늘 또래보다 작고 발달이 느렸습니다.


딸아이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고민하다 무지개를 꺼냈습니다.


"너 무지개 좋아하잖아, 색이 어때? 7가지가 있지. 그런데 만약에 무지개가 하얀색이나 검정색으로만 되어 있으면 어떨 것 같아?"


딸아이는 안 예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이 세상도 비슷하다고 생각해.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고, 또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고...서로 다르니까 세상이 아름다운게 아닐까 하는데"


덧붙여 저는 질투는 사람이 느끼는 여러 감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질투가 나쁜 게 아니라, 질투에 사로잡혀 친구를 미워하게 되면 그게 나쁜 마음이 될 수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대화가 길어지자 아이는 이내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저런 생각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사춘기를 앞둔 딸아이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정을 앞으로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생각해 보니, 저 역시 아이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저도 매일 질투하며 살고 있습니다. 사무실의 젊고 유능한 직원들을 보면서, 인스타그램 속 멋진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또 신문 기사 속 치솟는 집값 소식을 읽으면서.


다른 점이 다면 제게 질투는 너무 일상적인 감정이 되었다는 겁니다. 마음을 아프게 하지도 않는 보통의 감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질투 때문에 힘들다'는 아이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딸아이가 저보다 더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다독여줄 게 아니라, 오히려 아이에게 배울 게 더 많아 보였습니다.


딸아이가 제게 아주 날카로운 화두를 던졌습니다. 질투라는, 어쩌면 사소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잠식할 수 있는 이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그리고 그것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더 솔직하게 감정을 꺼내놓고 마주하는 법을 함께 알아가려 합니다. 질투가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라 성장의 기회가 되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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