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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던 팀장님이 좋아진 이유


팀장님과 함께한 지도 벌써 3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1년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팀장님을 소개할 때면, 빠지지 않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독일 병정’, ‘AI’, ‘로봇’, ‘무 감정자’. 한 번이라도 팀장님과 함께 일해 본 사람이라면, 대개 같은 인상을 받곤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팀장님이 발령받아 저희 팀에 오셨을 때, 저는 그 벽 같은 태도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팀장님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불필요한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처리는 완벽했지만, 너무나 기계적이었습니다.


반면, 저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편입니다. 아니, 굳이 숨길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사람입니다. 의견이 있으면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부당한 지시에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팀장님과 저는 자주 부딪혔습니다.


윗선에서 비효율적인 업무 지시가 내려오면, 저는 “이건 아닌 것 같아요."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습니다. 반면, 팀장님은 "일단 해보고, 이후에 말하자.”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차이는 너무나 컸고, 저는 팀장님을 이해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이해하게 되면, 제 스스로가 그분의 방식에 설득될까 봐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랬던 제 마음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초, 저는 계약 만료로 인해 재임용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새로운 계약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팀장님은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며 조직과 저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놀라웠던 건, 그 과정에서 팀장님이 제 편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조건들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무리한 요청까지도 조직에 설득하려 애쓰셨습니다. 심지어 총무 담당자와 언성을 높이며 “이 정도는 보장해 줘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제 요청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팀장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팀장님을 ‘나를 통제하는 사람’으로만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한 사람.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직장인.


그 모습을 본 순간, 저는 팀장님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호감의 3요소’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근접성 – 가까운 거리에서 자주 접촉하는 것
유사성 – 공통된 경험이나 배경을 가진 것
상호성 – 관계 속에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것


처음 팀장님과 저는 어떤 요소도 공유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는 ‘상호성’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링컨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 사람이 싫다. 그래서 이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알아봐야겠다.”


어쩌면 호감이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찾아오는 것일지도요.


이제 팀장님과 저는 누구보다 신뢰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일의 능률도 높아졌고, 팀의 성과도 좋아졌습니다.


물론 팀장님은 여전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로봇처럼 보일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그 모습마저도 호감으로 느낍니다.


혹시 지금, 도무지 좋아지지 않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이렇게 마음먹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 일단 한 번, 더 알아보자.”


그 한 걸음이, 관계의 전환점을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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