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조율 사이, 약물 치료의 고민

조용한ADHD 약물치료에 대해

‘조용한 ADHD’를 가진 아이들은 주의 산만이나 충동 행동을 보이기보다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거나 멍하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시기가 상당부분 지난 뒤 병원을 방문하기 때문에 약물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치료제는 ADHD 치료제와 같습니다. 주로 메틸페니데이트, 암페타민 등인데, 뇌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집중력을 높이고, 과제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약. 약을 먹으면 마치 우리 어른들이 아침 시간에 커피를 마셨을 때 느끼는 각성 효과와 비슷한 효과가 납니다.


하지만 모든 약이 그렇듯, 부작용이 따를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식욕 감퇴, 불면, 감정 기복 등이 있습니다.


딸에게는 식욕 감퇴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약물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밥을 잘 먹지 않았고, 약효가 떨어지는 오후가 되면 뒤늦게 허기를 느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으려 했습니다. 한창 클 나이에 이런 식습관이 계속되면 영양 불균형이나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약을 중단할 수도 없었습니다. ADHD 치료제는 단순히 상처난 곳에 바르는 연고처럼 단기간에 효과를 내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도구 중 하나입니다. 꽤 오랜 시간 함께 가야 하는 도구.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균형을 맞춰 나갈 것인가’였습니다.


“아침에 최대한 먹을 수 있을 만큼 먹어보자.”


약물 효과가 시작되기 전, 최대한 아침을 먹을 수 있게 약 복용 시간을 살짝 늦췄습니다. 그래봐야 20분 정도 차이이지만, 그 덕에 아이는 학교 급식을 먹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정도의 밥을 먹게 됐습니다.


식단도 영양을 최대한 생각했습니다. 밥, 달걀, 채소 등 영양 불균형이 생기지 않게 아침을 챙깁니다.


“저녁 간식은 정해진 양만 먹어 보는 거야, 해 볼 수 있겠지?”


아이가 직접 동의한 후에는 저녁 간식 조절도 한결 쉬워졌습니다. 과자나 단 음료보다는 저당 간식, 약간의 과일류 등으로 대체하고 잠들기 3~4시간 전에 한 번만 먹는 것으로 조율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배고파 했지만, 조금씩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배워갔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습니다. 아이가 한창 클 나이에 식사를 조절해야 한다는 사실이 늘 걸렸습니다.


“엄마, 그래도 전 키도 더 크고, 건강하고 예쁘게 크고 싶어요.”


딸아이가 의지를 가져주니 저도 더 힘을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도 우리도 조금씩 균형을 찾게 됐습니다.


지난 4년 여동안 약물 치료 과정을 돌아보니 이제는 조금은 다르게 보입니다.


단순히 그저 매일 영양제를 챙겨먹듯 반복하는 일회성 행동이 아니구나. 약물치료는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계속해서 스스로를 돕는 과정이구나. 식사 패턴도, 생활 습관도, 그리고 자기 몸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까지.


그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아이와 충분히 대화하는 겁니다. 그래서 함께 만들어가는 균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여전히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속에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도록 성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돕는 일. 그것이 부모로서 제가 해야 할 진짜 역할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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