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부모도 성장하는 '정리의 기술'

새 학기가 시작되면 저와 딸아이는 늘 긴장의 시간을 보냅니다. 조용한 ADHD를 가진 딸아이는 중요한 일정을 놓치거나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잦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잃어버린 날이면 속상해하며 눈물을 보이곤 했습니다. '잘 기억하라'고 말해도,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마냥 따라다니며 챙겨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것이 아이에게도 좋은 방법이 아니란 걸 알기에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거였습니다.


첫 번째로 시도한 방법은 ‘자주 사용하는 물건의 자리 정하기'였습니다.


“우리, 자주 쓰는 물건을 항상 같은 곳에 두는 건 어떨까?”


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이제부터 집에 오면 가방은 현관 옆 바구니에 두고, 숙제는 책상 위 정해진 자리에 놓는 거야. 그러면 필요한 물건을 찾기 쉬울 거야.”


딸은 처음엔 몇 번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잃어버리면 속상하다’에서 ‘여기에 두면 안 잃어버린다’는 작은 변화가 시작된 것이죠.


다음으로 시도한 것은 ‘정리하는 시간 정하기'였습니다.


매일 저녁 8시. 우리는 함께 앉아 다음 날 필요한 것들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시간은 단순히 물건을 챙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일 음악 시간 있지? 리코더 챙겼니?”


제가 묻자, 딸은 가방을 열어보며 말했습니다.


“네, 챙겼어요!”


이 과정을 통해 딸은 점점 자신의 물건을 스스로 챙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을 챙기는 책임감도 자연스럽게 길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알람을 활용했습니다.


집에서는 알람 시계를, 밖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했습니다. 처음에는 알람이 울릴 때마다 놀라고 귀찮아했지만, 아이가 필요한 일정을 놓치지 않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은 습관들이지만, 2년 동안 반복해 오면서 우리는 이제는 조금씩 아이 스스로 준비하는 힘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방법들은 제게도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딸에게 모범을 보이려 저 역시 일상을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어갔습니다. 핸드백, 휴대폰, 지갑, 책 등 매일 쓰는 물건의 자리를 정리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고, 스마트폰 캘린더를 활용해 중요한 일정을 놓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일상 생활이 정돈되었습니다. 덕분에 바쁜 아침에 글을 쓰거나 스트레칭을 할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업무 중간중간 떠오르는 글감을 정리할 시간도, 퇴근 후 아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 하루를 나누는 여유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른도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삶을 정리하고, 기억하고, 계획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작은 변화가 쌓이면 결국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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