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과 함께 지낸지도 어느덧 4년입니다. 이제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익숙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저와 남편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조용한 동반자, '조용한 ADHD'와 함께한 후 딸아이 겉모습에 큰 변화가 생긴건 없습니다. 대신 그 안에 무척 다양한 모습과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특별히 아이의 질문들이 서로에게 큰 성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딸아이는 질문도 남다릅니다. 늘 제가 예측할 수 없는 물음을 던집니다.
"엄마도 질투해 봤어요?"
"왜 올해는 낙엽 색이 작년과 다를까요?"
"사랑이 대체 뭐예요?"
"대통령이 되려면 뭐부터 해야 하죠?"
이런 질문에 답을 하려고 저는 책을 읽고, 신문을 뒤지고, 인터넷을 검색합니다.
지난해 봄, 딸아이가 물었습니다.
"엄마, 혹시 제가 이대로 더 안 크는 건 아니겠죠?"
아이는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자신이 다른 아이들보다 생각이나 말, 심지어 키 크는 것까지 다소 느리다는 것을요.
그 질문을 듣고 마음이 아팠지만, 위로 대신 아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정말로 많이 크고 싶어? 그럼 네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요.
딸아이는 잠시 생각한 후 몇가지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먹기 싫은 시금치나 버섯 같은 것을 억지로라도 먹겠다고 말입니다. 덧붙여서 최선을 다해서 운동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말에 저는 함께 노력해보자고 했습니다.
며칠 전, 병원에 갔을 때 마침 키재는 기계가 있어 재어보았습니다. 딱 1년 만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별 기대 없이 키를 쟀습니다. 무려 6cm나 자라있었습니다.
"엄마, 눈으로 볼 땐 안 큰 것 같았는데, 크고 있었어요!"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서 그동안 딸아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떠올랐습니다. 비록 작은 노력들이었지만, 멈춰 있는 듯한 순간에도 의미 있는 성장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확신했습니다. 대화의 힘을. 딸아이의 질문에 집중하고, 딸아이 기준에 맞는 답을 찾기 위해 해 온 노력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아이와 대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조급함을 내려 놓는 것이라는 점을요. 제가 생각하는 답보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답을 찾아야 하고, 무엇보다 제 속도가 아닌 아이가 속도에 맞춰야합니다.
그래서 '조용한 ADHD' 극복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조급함 내려놓기입니다. 때로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말입니다. 성장의 자양분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면 속도는 달라도 결국에는 성장을 이뤄냅니다.
물론, 결과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합니다. 멈춰있는 순간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의심하지 말고 아이의 질문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두 눈을 맞추고, 진심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매일 아이와 대화하면서 저는 그 세상에 더 깊이 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