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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용한 불청객과 같이 산다
02화
30분의 기적, 우리 가족의 '스페셜 데이'
by
말글디자이너 장은희
Mar 5. 2025
첫 진료에서 의사 선생님께서는 딸아이의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조용한 ADH여도 약물치료와 함께 놀이치료를 병행하면 좋다고요.
하지만 놀이치료는 대기자가 많아 예약 잡기가 어렵고, 맞벌이하는 저희 부부로서는 집과 먼 병원까지 정기적으로 방문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저희의 고민을 들으신 선생님께서 '스페셜 데이'를 권유해 주셨습니다. 말 그대로 가족만의 특별한 날을 정해 오롯이 놀이에 집중하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전문가도 아닌데, 아이와 노는 것만으로 변화가 있을까....'
확신이 없었습니다. 사실 어떻게 놀아야 할지부터 고민거리였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은 호기롭게 매주 월, 수, 금요일, 주 3회를 '스페셜 데이'로 정했습니다. 그날만큼은 30분 동안 서로에게, 놀이에 집중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시작은 보드게임이었습니다. 공주 사다리부터 젠가, 할리갈리, 치킨차차, 도블, 브루마블까지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게임을 섭렵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딸아이가 가장 좋아한 건 ’민화투'였습니다.
"엄마, 이 그림 예쁘지 않아? 이거랑 이거랑 짝이야!"
보드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즈음, 남편의 권유로 시작한 민화투였습니다. 아이는 첫날부터 그림을 맞추고 점수를 계산하는 모든 과정에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급기야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명절에는 민화투 실력을 발휘해 어른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만들 정도가 됐습니다.
'스페셜 데이'로 우리 가족은 얻은 게 많습니다.
아이는 게임에서만큼은 엄마, 아빠를 이기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게임 규칙을 이해해야 했고, 게임하는 동안 집중력을 잘 유지해야 했습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방법을 터득해 갔습니다.
두 번째는 최소 주 3회, 30분 이상 가족이 함께대화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정해진 규칙대로만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내기를 즐겼습니다.
"엄마, 이건 이렇게 해도 되는 거 아니야? 내가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볼게!"
물론 논리적으로 부족한 경우도 많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가족끼리도 서로의 입장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
스페셜 데이의 힘은 정말 스페셜했습니다. 즐겁게 놀면서도 아이의 변화가 서서히 보였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3년 동안 꾸준히 스페셜데이를 지켰습니다.
4학년이 된 지난해부터 아이는 더 이상 보드게임을 즐기지 않게 됐습니다.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 때가 온 겁니다.
그렇게 저희 가족의 스페셜데이는 조금 특별한대화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keyword
스페셜
아이
놀이
Brunch Book
우리는 조용한 불청객과 같이 산다
01
조용한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02
30분의 기적, 우리 가족의 '스페셜 데이'
03
조용한 불청객을 위한 성장 대화
04
아이도 부모도 성장하는 '정리의 기술'
05
성장과 조율 사이, 약물 치료의 고민
우리는 조용한 불청객과 같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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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를 거쳐 공공기관 홍보담당자로 일하며 19년간 말과 글의 현장에 있습니다. 말과 글로 관계를 디자인합니다. 필요한 순간 히든카드처럼 꺼내쓰는 말센스를 전합니다.-출간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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