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무너뜨린 한 마디,“약이 없어요”

ADHD 치료제 품귀 현상

딸아이는 어느새 4년째 ADHD 치료제를 복용 중입니다.


조용한 ADHD도 일반적인 ADHD와 같은 약을 사용합니다.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의 약물을 통해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고,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받는 방식이죠.


그동안은 병원에서 처방과 조제를 함께 받아 큰 어려움 없이 지내왔습니다. 정신과 약은 병원 내 조제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치료제 ‘메디키넷’을 시작으로 주요 약들이 품귀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대체 약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체약인 '콘서타'마저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급기야 지난 주말, 병원에서는 약 대신 처방전만 줬습니다. 직접 약이 있는 약국을 수소문해 알아보라고 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주말 오후 내내 처방전을 들고 온 동네 약국을 돌아다녀야했습니다.


병원이 위치한 지역은 물론, 그 인근 지역까지. 수십 통의 전화를 걸고, 직접 발품을 팔아 겨우 한 달치 분량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없습니다”라는 말을 연이어 들을 때 느꼈던 무력감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불안감을 다시 마주하게 했습니다.


가장 걱정되는 건 앞으로입니다. 의사선생님도, 약사분도 당분간 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아이가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곧 닥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복용 중인 콘서타의 약효가 제 딸에게는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어쩔 수 없이 약을 바꾼 후 아이의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숙제를 마치기까지 옆에서 누군가 계속 지켜봐 주지 않으면, 한없이 시간이 늘어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제가 먼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무엇이 최선일까’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약을 통해 얻는 도움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도움에만 기대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이번 경험을 통해 절감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은, 약이 아닌 ‘삶의 균형’입니다. 식사, 수면, 환경, 감정, 관계. 그 모든 것이 아이의 집중력과 정서에 영향을 미칩니다. 앞으로의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조율해 나가야 할 부분은 이 균형일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마로서 제 고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고민이 아이를 위한 방향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불안 속에서도 우리는 균형을 잘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습니다. 그게 아주 작은 걸음일지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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