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알아보는 연습, 마음을 지키는 연습

작년 겨울, 생일을 앞둔 아이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어 했습니다.


조용한 성격 탓에 많은 친구와 어울리진 않았지만, 몇 명과는 즐겁게 지내고 있었거든요. 아이는 직접 초청장을 만들고, 저는 최선을 다해 준비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생일날, 6명의 친구가 와서 정말 신나게 놀다 갔습니다. "집에 가기 싫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초대받았던 친구들 중 4명이 딸만 제외하고 단체 채팅방을 만든 겁니다.


문제는 그 방의 이름이었습니다.


'00(딸 이름)이 불편할 때 쓰는 방'.


아이는 다른 친구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심장이 요동쳤습니다.


‘이런 게 왕따라는 건가?’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는 최대한 침착하려 애썼습니다.


아이가 조심스럽게 물어왔습니다.


"엄마,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돼요?"


일단 아이를 달래줬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얘기 듣고 많이 속상했지?"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일단, 그런 대화방을 만든 건 잘못된 행동은 분명해. 그래도 대화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게... 엄마도 회사에서 여러 개 단톡방에 들어가 있거든. 어떤 방에는 있고, 어떤 방에는 없어."


덧붙여서 괜찮다면 한 번 그 사실이 맞는지도 확인하고, 이유도 알아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저도 이야기 정도는 해보고 싶어요."


"그럼, 그중에 네가 가장 가까이 지냈던 친구에게 네 기분하고 마음을 솔직하게 말해보자."


다음 날 저녁, 아이는 친구들과 단체 영상통화를 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한 30분 정도 통화를 하고 나오더니 자초지종도 듣고 사과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 제 기분을 다 이야기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제 그 친구들...미련 없이 거리 둘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날 이후, 아이는 4명의 친구와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정말 칼같이. 학교에서 만나도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친구라는 존재가 큰 의미 있는 시기에 혹시라도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남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씩씩하게 그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아이는 조금 더 신중하게 친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 조언처럼 ‘나와 잘 맞는 친구’를 살펴가며 천천히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왜 그 친구들이 아이를 불편해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아이는 ‘좋은 친구를 알아보는 방법’을 배웠고, 마음을 지키며 다가가는 방법도 익혀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그렇게 또 한 걸음 자랐습니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속도로요.


마음이 자란다는 건, 결국 스스로를 아끼는 법을 배워가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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