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속초의 매력
“으아아아아아아악”
슬라이드를 내려오는 동안 내가 내지르는 소리였다. 별로 길지도 않았는데, 경사가 가파르고 통이 좁았던 탓에 나도 모르게 길게 내뱉은 비명 소리였다.
먼저 내려갔던 친구는 묵음의 경지였던 것 같은데, 설마 기절했던 것은 아니겠지? 다 도착한 것 같아 눈을 떴더니, 이 녀석 즐거운 듯 웃으면서 스마트폰으로 나를 찍고 있었다.
인생굴욕사진이 한 장 더 생긴 셈이었다. 소리 지르며 내려오는 게 재밌어서 핸드폰 들고 촬영모드로 기다렸다나?
“넌 왜 소리 안 질렀어?
“난 눈감고 기도하며 내려왔지.”
"뭐래? 나만 쫄보가 아니었네!"
강원세계산림엑스포가 놀이공원 같았다. 올라갈 때는 걸어서 솔방울 전망대 위에까지 올라가고, 내려올 때 슬라이드 타고 내려오는 코스로 선택해서 표를 구매하길 잘했다.
나는 일 년 살이 속초시민이라 50% 할인받고, 일행인 친구도 반값 할인받게 해 주었다. 일전에 나 혼자 갔던 설악산국립공원 주차장 이용권을 챙겨 두었다가 사용한 덕분이다.
가격은 얼마 안 했지만, 거금을 아낀 것처럼 기분이 좋았는지, 친구가 내 궁둥이를 두들겨 주었다. 이런 것 보면 소시민인 것이 맞다.
그렇게 비축한 금액을 추가로 슬라이드 표 사는데 더한 셈이었다. 소리를 질렀던 덕분인지, 없던 스트레스까지 풀렸다.
높은 전망대에서 바라본 설악산 봉우리들과 울산바위, 그리고 속초시 전경은 장관이었다. 비 온 후 날이 살짝 흐린 덕분인지 운무도 적당히 걸쳐 있어서 더욱 운치 있었다.
슬라이드에서 내려와 향한 곳은 친구가 가고 싶다던 전시장이었다. 처음에는 모형 꽃들로 장식하고 캠핑용품과 텐트들로 구성된 것이 내 취향과 거리가 있어서 살짝 시큰둥했다.
그런데 웬걸 친구가 구석구석 구경하러 다니는 동안, 나는 어느새 인공 꽃 길 위에 철퍼덕 앉아서 셀카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친구는 어이가 없었는지, 그런 나를 찍었나 보다.
친구를 붙잡아 앉히고 요즘 유행한다던 방식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셀카모드 스마트폰 속에 비치는 우리 모습을 또 다른 핸드폰으로 찍으며 천진난만하게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슬슬 출출해져서 즉흥적으로 아바이마을에 홍게라면을 먹으러 이동했다. 바로 이거지! 요것 먹고 싶었다고. 가끔 이렇게 정해지지 않은 루트로 나들이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하루에 두 가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속초였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이렇게 매력적인 곳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