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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소울 Jul 10. 2024

속초 8경은 보고 가야지

학무정 보다 여기가 마음에 드는데?

‘속초 8경은 보고 가야지 않겠어?’

속초 일 년 살이 중 종종 들리는 설악산국립공원에 다녀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가만있어 보자. 속초 8경에 무엇 무엇이 있더라? 검색해 보니까, 1경 속초등대전망대, 2경 범바위, 3경 청대산, 4경 청초호, 5경 조도, 6경 외옹치, 7경 해맞이공원, 8경 학무정이 해당되었다.


조도는 우리 집 거실에서 속초해변과 어우러져 항상 보이는 곳이고, 다른 곳들도 속초사잇길에 속해서 얼추 휘뚜루마뚜루 다녔는데, 학무정만 안 가봤구나.



설악산 자락을 내려오면서 충동적으로 내비게이션을 따라 도문동 한옥마을로 향했다. 높이 우거진 소나무에 둘러싸인 학무정은 화보에 나온 사진보다 아담했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기는 한데, 왠지 달랑 하나 느낌이어서 속초 8경의 하나를 담당하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들었다. 속초 8경들 중 다른 곳들이 웅장하거나 장엄하거나 드넓은 풍경을 선사하기에, 대비되어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돌아서 나오는데 정자 맞은편에 어떤 경차가 정차하더니, 일가족이 커다란 빈 통들을 들고 종종걸음을 하는 것이었다. 저 품새는 약수터 가는 것 같은데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따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샘터가 있었다. 설악산에서부터 이곳 학무정 앞까지 흐르는 약수여서 속초시민들이 애용하는 곳이라고 했다. 아쉬운 데로 나도 생수병에 졸졸 흐르는 샘물을 받았다. 아, 시원해!



목을 축이면서 조금 더 돌담길을 따라 한옥마을 골목을 둘러보았다. 오밀조밀 자그마한 중정이나 마당을 갖추고 있는 한옥이 보는 것 만으로 편안함을 주었다.


조금 더 거닐다가 학무정을 설립해서 후학양성을 했다던, 매곡 오윤환 선생의 생가를 방문하게 되었다. 마치 내 집인 양 툇마루에 앉아 한가롭게 한동안 멍 때리기 신공을 펼치며 힐링타임을 가졌다. 언젠가 꼭 한옥살이 한 번 해 봐야지.



속소 일 년 살이를 마친 이후에 속초를 여행자로서 방문하게 되면, 도문동 한옥마을에서 숙박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나지막한 담장을 사이에 두고 가을이면 주렁주렁 주황빛 열매가 매달린 감나무가 유혹하고,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져 운치를 더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속초 8경 다시 선정해 보면 어떨까?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학무정보다 마을샘터와 매곡 오윤환 선생 생가를 포함한 한옥마을의 소담한 정취가 더 마음에 들었다. 


속초살이 마칠 즈음엔 내 마음속의 속초 8경을 손가락으로 꼽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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