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혼자서도 잘 놀아!
비 올 때 위험하다고 막아 두었던 속초등대전망대 오르는 계단길이, 드디어 비 개인 날 개방되었다.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걸어 올라가다 보니, 비 오는 날 안전사고예방을 위해 막아 두는 것에 공감하게 되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맑고 높은 하늘과 탁 트인 푸른 바다의 드넓은 수평선은, 저절로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드는 장관이었다. 속초해변과 조도, 그리고 속초시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조망되는 아름다움에, 속초등대전망대가 어째서 속초 1경을 차지하고 있는지 이해되었다.
전망대 내부는 다소 덥고 좁은 느낌이었지만, 외부는 360도 파노라마 뷰가 펼쳐지고 있어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날개 조형물 앞에서 갈매기라도 된 양 사진도 찍고 한동안 바다 전경을 음미하다 내려왔다.
등대전망대 뒤편으로 내려오면 작은 야외 휴식공간과 건강체크 기둥들이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재미 삼아 마침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장년 여성분들에게 다가가 부탁했다.
“도전! 저도 한 번만 찍어주세요.”
그랬더니, 포즈를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코치까지 하면서 열심히 찍어주었다. 역시 우리나라 아주머니들 친화력이 최고야! 감사인사를 드리고 나오면서 다른 여행객들과는 달리 영금정과는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조금 더 해안가를 거슬러 거닐다 보면, 속초사잇길 2길 장사영〮랑해변길에 속하는 인증스탬프 장소 거문고 쉼터가 나온다. 수많은 바위들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를 닮았다고 해서 거문고 쉼터라 이름 지어진 곳이라고 했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바위에 부딪쳐 스러지는 파도 소리가 거칠었다가 잔잔했다가 빨랐다가 느렸다가 리드미컬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작고 동글동글한 몽돌에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갈 때 들리는 소리와는 또 다른 역동성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멍 때리며 한동안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힐링이 별 거냐? 바로 이런 게 힐링이지! 비 개인 하늘 보고 무작정 뛰쳐나온 나를 칭찬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