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거기 가봤어?”
“어디?”
“야, 너 아직도 거기 안 가봤어?”
또 시작이다. 목적어 상실한 문장을 발사하는 친구의 화법! 산을 좋아하는 친구는 나름 도발을 하는지 한동안 뜸을 들였다. 요약을 하자면, 남설악 주전골 용소폭포 가는 길의 단풍이 너무 예쁘다며 꼭 가보라는 말이었다.
그래? 나 홀로 속초 일 년 살이를 마치고 서울 귀경하기 전에, 한번 들러볼까? 단풍철이라 그런지 들어가는 길목이 자동차 반 사람 반이었다. 거북이 속도로 진입한 후에 식당 직원분의 배려로 주차를 했다. 하산하는 길에 밥 먹기로 하고, 서둘러 설악산 주전골로 향했다.
좁다란 다리를 건너면 편안하게 나무데크를 깔아 둔 오솔길이 나왔다. 일명 오색약수 편한 길, 무장애 탐방길이었다. 노약자, 장애인도 편하게 갈 수 있는 탐방로라는 안내 문구처럼 기암절벽과 계곡을 산책하듯 거닐며 남설악 단풍을 감상할 수 있었다.
도중에 오색석사(성국사)에서 약수도 한 모금 마시고, 구경하며 천천히 가다 보니 어느새 용소폭포에 이르렀다. 친구가 미리 알려준 꿀 팁을 기억하고 용소폭포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갔다. 우와,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새빨간 단풍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열심히 단풍 사진을 찍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빨간 단풍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주변의 노란 단풍, 초록 단풍, 기타 등등 색 바랜 단풍들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들도 그런 것 같다. 저마다 가지고 태어난 각양각색의 다양한 달란트를 자유롭게 펼치고, 서로 인정하고 융화할수록 더 자주 행복을 마주하지 않을까 싶었다.
자연을 가까이 접할 때마다, 덤으로 하나씩 깨달음이라는 선물을 얻게 되어 오늘도 기분 좋게 귀갓길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밥은 먹었냐고? 상도덕이 있지, 당연히 주차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고맙다, 설악산 주전골아! 덕분에 눈 호강 실컷 하고, 예쁜 단풍들 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