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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소울 Jun 19. 2024

열 길 물속은 몰라도, 열 길 속초사잇길은 안다.

완보인증, 이런 강박 환영해!

“나보다 속초살이 먼저 와 놓고 뭐 했어?”

속초에서 만난 동갑내기가 건넨 때아닌 핀잔에 살짝 약이 오르기도 했고, 뭔가 싶어 궁금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속초사잇길 10길이 있다고 했다. 완보하면 인증서도 준다는데? 간신히 내려놓은 강박적인 면이 다시 올라올까 봐, “난 그런 스탬프 인증 안 할래.”하고 얘기했다


어느새 속초일년살이 일상의 루틴처럼 주말을 제외한 거의 매일 늦은 오후면 속초해변 남문에서 우측으로 외옹치 해변을 지나 바다향기로를 산책하다가 다시 돌아와 속초아이까지 파도소리를 벗 삼아 멍 때리다가 해송 숲길 산책로를 지나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5길 속초해변길 (출처. 속초사잇길)


그런데 이곳이 속초사잇길 5길 속초해변길에 속하는 곳이었다. 자전거 타던 영랑호 윗길 둘레길은 1길 영랑호길에 속했고, 속초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지던 청대산 산림욕길은 6길 청대산길에 속했다.


이게 웬일이야? 알고 나니까 곳곳에 스탬프가 보관되어 있는 빨간 우체통 같기도 하고 새 집 같기도 한 귀엽고 예쁜 조형물이 자꾸만 눈에 띄었다. 설마 다른 곳들도 이미 내가 맛보기로 다 다녔던 곳이었을까 하고 찬찬히 살펴봤다. 


속초사잇길 10길 지도 (출처. 속초사잇길)


그랬더니 속초시립박물관을 둘러싼 노리숲길은 8길 청초천길에 속했고, 자생식물원에서 숲길을 따라 척산족욕공원까지 이어진 길은 9길 설악누리길에 속했으며, 엑스포 상징탑과 청초정 그리고 칠성조선소로 이어지는 길은 7길 청초호길에 속했다.


그 밖에 속초사잇길도 한 번쯤 지나쳤던 곳이라 은근히 가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스탬프 찍는 여권 받으려면 어디부터 가라고 했냐?” 괜히 친구에게 뒤늦게 전화를 걸어 재촉했다.


“속초에 살다 카페로 가면 돼. 왜? 넌 안 한다며.”라고 되물어 오길래, “아니, 혹시 모르잖아.”하고 왠지 쑥스러워 얼버무렸다.


다음날 수영장에서 친해진 언니를 꼬셔서, 시니어 카페 ‘속초에 살다’ 위층에 있는 ‘속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실로 찾아갔다.


일단 받아는 놔두자며, 속초사잇길 패스포트를 지도와 함께 받아 들고 왠지 흐뭇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이후에는 속초일년살이 중 내 가방 속에 함께한 애장품이 되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마음먹고 속초사잇길 길을 제대로 다닐 때면 늘 혼자였다. 나도 모르게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소유하고 싶었던 마음이 커졌던 것 같다. 의도하지 않은 듯 슬며시 몇 번이나 솟초사잇길 10길을 완주했는지 모른다. 


한 길 당 대부분 3개의 스팟에서 인증 스탬프를 속초사잇길 여권에 찍어야 하는데, 1개의 스팟에서만 찍고 다시 갔을 때 다른 곳에서 한 개 더 찍고 하는 식으로 했었다.


강박적이고 완벽지향주의가 더해질까 봐 조심하는데 주의를 더 기울였던 셈이다. 혹시 이런 소심한 방식으로 나름 포장하여 강박적인 면을 발현시킨 것이 아닌가 몰라?


속초사잇길 10길 중에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추천할 만한 곳은 1길 영랑호길, 5길 속초해변길, 6길 청대산길, 9길 설악누리길이다.


속초여행할 때 시간을 내어 거닐다 보면, 각양각색의 속초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을 진하게 느끼고 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속초사잇길 패스포트, 완보증서


속초 일 년 살이를 마치고 올라갈 때쯤 속초사잇길 완보증서와 함께 메달을 얻을 수 있었다. 한시적이긴 했지만, 속초시민으로서 뿌듯한 순간이었다.


속초살이 일 년이면 열 길 물속은 몰라도, 열 길 속초사잇길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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