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산다는 건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한 것 보다 진정한 목적은 상대의 시간을 사는 것이다.
보통 커피를 마신다는 건 주문을 하고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마시면서 대화를 하게 되니 상대의 시간을 사는 것이다.
북미 사람들은 커피를 물처럼 마신다. 사이즈도 아주 큰 대용량으로 바쁘게 일하면서 또는 빠르게 걸으면서 커피를 마신다. 아마도 그들은 여유있게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 건 사치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짧은 시간에 발전을 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반해 아시아는 문화가 다르다. 다도가 있을 정도로 커피나 차를 마신다는 건 단지 마시는 행위가 아닌 예를 갖추어 상대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한 예로 터키는 유럽과 가깝지만, 아시아 문화도 가지고 있어 차와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아주 발달되어 있다. 하루 일과 중에 커피나 차를 마시는 일이 빠지는건 상상도 할 수 없다.
터키쉬 커피는 간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고압으로 금방 추출하는 에스프레소와는 다르다. 요즘은 터키쉬 커피도 머신이 있어 예전보다는 빠른 추출이 가능하지만, 옛 방식은 모래를 데워서 그 위에 포트를 올리고 은근히 40분 이상을 끓이면서 추출한다. 또한 잔은 작지만 뜨거워서 바로 마실 수가 없어 커피를 받고 나서 기다려야 한다.
터키쉬 커피는 게스트를 배려하는 문화가 숨어있다. 보통 커피를 제공할 때 커피와 물 한 잔이 세트로 나온다. 이때 게스트가 커피를 먼저 마시면 '아~~이 분은 식사는 했구나.' 혹은 '배가 고프진 않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물을 머저 마시는 분은 식사를 못했구나 생각해 식사를 권하거나 달달한 디져트를 준비해준다. 이 어찌 따뜻한 배려란 말인가.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지내요?"라는 질문대신 "밥 먹었어요?"라는 말에 많은 뜻이 함축돼 있듯이 말이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지만, 정서적으로 참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빠르게 변화하고 그에 발 맞추지 못하면 도퇴될 것 같은 세상세서 새삼 커피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과연 빨리 빨리가 효율적이고 인간 관계에 도움이 되는지 말이다.
몰디브 다이빙 센터에서 일할때도 많이 느꼈다. 다이빙 센터인데, 카페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렸다. 리조트에 게스트들이 다이빙 센에 와 커피 마시는 걸 좋아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일단 사장과 메니져로 있었던 내가 비지니스를 떠나 사람을 좋아했고, 대부분 게스트들이 차나 커피를 대접하겠다고 하면 좋아했다. 같이 커피를 마신다는 건 당신과 얘기하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오는곳이므로 나 또한 섬에 있지만, 전 세계로 여행을 다니는 것 같았다. 스쿠버 다이빙 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한건 행복한 일이다. 자연스럽게 게스트의 얘기를 듣고나면, 어떻게 한국 사람이 이 먼곳 서남 아이사의 작은 나라 몰디브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있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그럼 난 자연스럽게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경험들을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 대부분은 스쿠버 다이빙 코스를 예약하거나, 적어도 생각을 해보겠다고 한다. 나는 이때 너무 기쁘다.
스쿠버 다이빙은 참 특이한 스포츠 아니 스포츠라고 하기엔 운동 능력이 필요하진 않다. 처름엔 사용해 보지 않았던 장비를 사용하니 어색하다. 익숙해지면 물속에서 고요히 내 숨소리에 집중 할 수 있고,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내가 해보고 내 인생이 바뀌었듯이 힘들게 시간을 내서 휴가를 온 게스트들에게 꼭 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주 크다. 그래서 지난 10년동안 지치지 않고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면서 했는지도 모르겠다.
단언컨데, 스쿠버 다이빙을 한번도 안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하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나역시 이 매력에 빠져 스쿠버 다이빙 강사가 되었을것이다.
누군가 "우리 커피 한 잔 하자."라고 말하면 내게 당신의 시간을 내어 줄 수 있냐는 의미이고,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니 빠듯하게 다음 약속을 잡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내어 주길 바란다. 이제야 커피 한 잔 하자는 의미를 깨달게 되었다. 커피를 산다는 건 상대방의 시간을 산다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