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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Oct 19. 2022

몰디브 스타일 회식

우리는 이러고 놀아요


"몰디브에서 쉬는 날은 뭐해요?"


손님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이다. '나 쉬는 날 뭐하지?' 생각해보니 필요한 것을 사러 로컬 아일랜드에 가기도 하고, 다른 리조트로 짧게 놀러간다. 물론 방에서 하루종일 뒹글거리며 영화를 2-3편 몰아 보기도 한다. 수도인 말레에 가기도 하는데, 내가 지냈던 리조트는 수도 말레에서도 500KM 남쪽으로 떨어진 곳이라 스피드 보트 60분과 국내선을 70분 타야하는 거리이다. 그래서 다른나라로 출국하거나 비지니스 미팅이 있을경우만 간다. 적도 근처 작은 섬에 살다보니 수도인 말레에 가는것도 사람들의 북적거림을 생각하면 출발전부터 피곤해진다. 


외국인이 몰디브에서 일을 할 경우, 워킹 퍼밋이 필수다. 보통 1년단위로 받게 되며, 철저한 편이다. 몰디브에서 일하는게 좋은점은 법적으로 11개월 일을 하면 1개월 유급휴가를 갈 수 있다.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다. 주 1회 쉬는데, 금요일이 우리네 달력의 빨간날인 일요일이다. 보통 시즌과 비시즌이 있어 바쁠때는 쉬지않고 일을 하고, 비수기에 좀 한가하면 2주정도 잠시 몰디브 밖으로 나들이를 간다. 한국을 가면 좋은데, 국제선만 10시간이 넘으니 보통 가까운 인도나 쓰리랑카, 동남아시아로 많이 가는편이다. 그래서 나의 경우, 1년에 3번정도 4주와 2주씩 두번정도 휴가를 보낸다. 


같이 있던 한국 강사는 한식이 그립다 하여 한국이 아닌 인도로 한식 먹으러 휴가를 갔다. 이곳에선 한식이 진짜 귀하니 우리는 인도 여행사진 보다 "오늘은 뭐 먹었어요?" 가 우리의 관심사다. 한번은 한국에서 그 흔한 순두부 찌게 사진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우리도 회식을 간다. 몰디브 스타일로 말이다. 리조트 옆에 바로 보이는, 가부르라는 섬이 있다. 말 그래도 무인도다. 코코넛 나무와 고은 모래의 비치가 빼엥~ 둘러쌓인 곳이다. 

회식 있는 날은 두 팀으로 나눈다. A팀은 점심때 쉐프에게 부탁한 고춧가루와 매운고추, 라임이 들어간 새콤하고 매콤한 소스와 닭고기와 소세지, 그리고 짜파티를 준비한다. 알콜음료는 반출이 안되므로, 알콜이 없는 음료수를 준비한다. B팀은 5시쯤 일을 마치고, 우리의 주 메뉴인 물고기 바베큐를 위해 바다 낚시를 간다. 일을 마무리하고, 6시경 A팀은 리조트를 출발하여 우리의 섬 가부르로 간다. B팀은 2시간만에 6-7마리의 큼지막한 물고기를 잡아와 합류한다. 


당연히 의자나 테이블은 없다. 대신 모래로 된 땅을 파서 다리를 넣을수 있는 우리둘만의 의자를 만든다. 그리고 큼지막한 나뭇잎을 주워 테이블보와 접시로 이용한다. 바베큐를 위해 불을 짚힐때도 마른가지와 마시고 난 코코넛을 이용한다. 아주 좋은 뗄감이다. 


중간중간 덥거나 손을 씻고 싶으면 바로 바다로 들어간다. 특별한 놀이 거리가 없지만, 자연이 우리의 놀이터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 이렇게 놀아본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모두가 즐겁다. 저녁 9시쯤되면 어느정도 바베큐 고기가 익어 나누어 먹는다. 실은 고기가 잘 익었는지 안익었는지 보이진 않지만, 맨손으로 잡고 뜯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양념을 안한 물고기는 바닷물에 쓱쓱 씻어 내장을 빼고 그냥 구웠는데도 간이 딱 맞다. 


여기 무인도 섬에서 하늘을 보면 별이 훨씬 많이 보인다. 

지하철이나 버스 막차가 끊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도 서두르는 사람이 없다. 어느정도 시간을 보내고, 12시가 되기전에 리조트로 들어간다. 


참 단초로운 회식이지만, 우리들은 누구 할것 없이 즐겁다. 섬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 주어진것을 감사하고 잘 이용할 줄 안다. 도시에서 화려함과 시끌벅적한 음악은 없지만, 우리들이 함께 준비한거라 신난다. 

가끔 손님들이 우리의 회식에 참여 하고 싶어 한다. 한끼에 150불부터 500불사이의 근사한 레스토랑의 저녁식사 대신 말이다. 어찌보면 난 몰디브에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무인도에서의 멋진 추억을 가진 행운아였다. 



인생이란 거창한 무엇이 따로 있는게 아닌것 같아요. 그냥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결국 내 인생의 내용인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곁에 있는 이들을 소중하게 여겨야해요. 그들이 바로 내 인생의 이야이가 되니까요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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