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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lee Feb 29. 2020

라라랜드 너머 그리피스 파크

힐링이 머무는 곳

2016년에 개봉한 라라랜드는 로스앤젤레스를 찾는 관광객들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라라랜드 투어로 명명된 단체 관광객들이 깃발을 들고 로스앤젤레스를 찾는 통에 유명 관광지만 가면 주차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그리피스 파크다.  주인공 세바스찬과 미아가 탭댄스를 추며 Lovely Night을 부르던 뒷 배경도 그리피스 파크 인근이다.

https://youtu.be/_8w9rOpV3gc

YouTube Movieclips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면 꼭 둘러봐야 할 곳으로 꾸준히 관광객들이 방문하던 곳이었지만 라라랜드의 성공 이후엔 아예 버스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곳이 돼버렸다. 360도로 펼쳐진 파노라마 자연경관이 낮에는 초록 도시의 상쾌함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밤에는 불빛 반짝이는 천사들의 도시로 만들어주니 관광객이 꼭 가야 할 낭만적인 곳임은 틀림없다.  


천사들의 도시에 19년을 사는 동안 한국에서 지인들이 방문하면 관광 가이드(?)를 자처해 투어를 시켜주곤 했다. 할리웃 스타의 거리, 게티뮤지엄, 산타모니카 피어, 리돈도 비치, 말리부 파라다이스 코브 카페, 그리고 그리피스 파크까지...  여러 번 가보았던 곳이다. 이런 곳들을 갈 때마다 혜택 받은 땅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천혜의 자연은 압도적이다. 대기오염 없고 일 년 내내 쏟아질 듯한 강렬한 햇살, 우거진 나무 그늘에 들어가면 선선한 바람으로 땀을 식혀주는 곳. 여기서 누리는 자연에 늘 감사했다.  

4월 유채꽃 만발한 그리피스 파크 산책 코스.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 노란색 유채꽃이 어우러져 도시 생활에 찌든 내 맘과 눈을 씻겨준다.  Photo by malee 

이 감사한 마음도 익숙해지면 소중함을 모르는 듯. 자연을 즐기기는커녕 회사와 집만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 속에 우울증에 빠져 들었다. 그 눈부시다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뒤로한 채, 매일 집에서 혼밥과 혼술로 정신을 갉아먹고 있을 때였다. 


어느 청량했던 4월의 토요일. 딸아이에게 끌려 나와 강제 산책을 당했다. 그리피스 파크에 있는 산책 코스였다. 한국의 산처럼 울긋불긋한 등산객 하나 없어 일단 마음이 안정됐다. 가끔 강아지를 끌고 나와 산책하는 동네 주민들만 간간히 보일 뿐이었다. 오랜만에 그리피스 파크 트레킹 코스를 걸으며 나오길 잘했다, 속으로 나를 가만히 토닥여준다. 


나오기까지 힘들었지만 일단 나오면 금세 살랑이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 포근포근한 구름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두컴컴한 내면의 가라앉은 감정을 떨쳐버리고 인간의 무리들 속에서 해댔던 온갖 변명과 핑계를 물리치며 자연과 호흡한다.  이 완벽한 자연을 두고두고 기억하기 위해, 맘에 각인시키기 위해 셔터를 눌러본다. 


이 사진을 찍은 지 벌써 2년이 다 돼간다. 그동안 난 마음이 가라앉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구글 포토에 만들어놓은 폴더를 열어서 이 사진을 다시 본다. 그리고 깊게 심호흡을 한다. 


그래, 세상은 살아볼 만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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