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lee Oct 27. 2020

모래사막 지구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

힐링 글쓰기

올 가을 필독서 추천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기후 위기 대응 NGO 활동으로 ‘유엔 사막화 방지협약 (UNCCD : United Nations Co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에서 수여하는 ‘생명의 토지상’을 받은 ‘푸른 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이 펴낸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라는 책을 얼마 전 읽었다. 

2017년 5월에 출간됐으니 이미 한참 구간이 된 책이다. 물론 화제의 베스트셀러는 되지 못했다. 이 책은 몽고에서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유목민들이 대대로 살아왔던 초원이 사막으로 변해 황폐화된 후,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유목민들이 초원 대신 대도시 쓰레기장 근처로 몰려들어 난민촌 생활을 하게 되고 사막으로 황폐화된 몽고 유목민들은 어떻게 환경 난민이 됐는지, 또한 어떻게 푸른 아시아와 함께 극복하고 있는지 생태 회복에 관한 NGO 활동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 책이 발간된 지 3년이 지나서야 읽고 난 후, 생각이 많아졌다. 그 동안 내가 지구의 기후 위기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구나 질책해본다. 고백하자면 지구 온난화와 미세먼지, 황사를 짜증스러워하고 불평만 했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우리가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세대는 목적지를 향해 돌아가는 사람은 바보 취급하며 언제 어디서든 지름길과 사잇길로 남보다 더 먼저 도착하고 남보다 더 멀리 도달해야 했다. 늘 바쁘고 분주한 삶이었다. 이런 일상 속에서 지구 환경을 염려하고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 것은 사치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물을 절약하는 나만의 생활 철칙, 소소한 방법 두 가지

이제 비로소 눈을 위로 치켜뜨지 않고 내 발 밑까지 두루두루 훑어볼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작은 힘을 보태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사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나 스스로 작은 힘을 보태는 것을 꼽아보라고 묻는다면 정말 소소하지만 그래도 답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한 가지는 ‘이틀에 한번 머리 감기(?)’ 또 하나는 ‘양치질하면서 세면대 물 안 틀어 놓기’다. 이런 생활 습관을 갖게 된 것도 불과 5년 전부터다. 2015년에 영화 ‘Mad Max: Fury Road(분노의 질주)’를 보고 난 후, 며칠을 당혹감에 시달렸다. 


물과 기름을 가진 자, 미래 사회 지배자 되리

영화를 보면서 손과 다리가 덜덜 떨릴 만큼 공포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사막으로 변한 미래의 지구에서 물과 기름을 독점한 권력자, 임모탄은 그 일가와 자신을 지키는 병사들만 견고하게 구축된 절벽 안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여 세상을 지배한다. 

‘Mad Max: Fury Road(분노의 질주)’ 에서는 사막화된 미래 사회에서 물과 기름을 독점한 권력자 임모탄이 등장한다. 기괴하고 광폭한 모습이다.  Photo IMDB


하사하 듯 가끔 절벽 아래 사막을 떠도는 이들을 모아놓고 물을 절벽 밑으로 방류하면서 마치 조물주가 된 듯 세상을 주무른다.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기 위해 아래 세상은 서로를 짓밟고 올라서는 지옥이 된다. 임모탄의 지배를 거부하는 이들은 사막을 떠돌다 물도 기름도 없어 말라 타들어 죽거나 광폭한 지배자 휘하의 무장병사들에게 사냥감처럼 잡혀와 온갖 인체 실험 대상이 되어 서서히 죽어 나간다.   


퓨리오스가 자신의 여자들을 탈출시키자 임모탄이 병사들을 이끌고 모래사막을 질주하고 있다. 일명 빨간 내복(사진 왼쪽)이 병사들을 독려하고 있다. Photo IMDB


황폐한 미래 사회를 그린 너무나 리얼한 영상들에 손과 다리가 떨리고 공포감이 엄습했던 영화. 미래에 황폐화된 지구에서 내 딸의 아들 혹은 딸(그러니까 내 손자 손녀)이 저런 환경에서 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극도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물론 27세가 된 나의 딸은 결혼 생각도 없고 언제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버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저 나는 불안할 뿐이다. 

강렬한 여전사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  한쪽 팔에 의수를 찬 퓨리오스를 연기해 영화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Photo IMDB


사막화 진행되고 있는 미국 서부 지역, 물 부족 심각 ‘ Brown is New Green’ 슬로건 자리 잡아

미국 캘리포니아도 가뭄으로 인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 중의 하나다. 사막에 자리 잡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예부터 주택 정원을 선인장으로 꾸며 놓는 것이 일반적인데 요즘엔 거주 구역별로 정해진 시간에 물을 주지 않고 집주인 맘대로 정원에 물을 주면 어김없이 벌금 고지서가 날아온다. 인근 주민이 집안에서 지켜보다가 신고를 하는 것이다.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캘리포니아 역시 부족한 물을 콜로라도주로부터 구매해서 끌어 쓰고 있다. 예전 미국 이민자들의 아메리칸드림이라 할 초록색 잔디가 깔린 정원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스위트 드림은 이제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물 부족을 막기 위해 잔디를 없애는 운동이 미국 서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Photo  Google

워낙 가뭄이 심해지면서 초록 정원의 잔디를 걷어내고 돌과 선인장, 물이 많이 필요 없는 플랜트로 디자인해 새롭게 정원 공사를 하면 주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렇게 물을 절약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고 잔디를 걷어내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때 나온 슬로건이 바로 ‘Brown is New Green!!’이다. 

사막화를 막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미국 서부의 현실이다. 


내가 전혀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몽고. 세계의 사막으로 유명한 고비사막에나 여행 가볼 수 있을까 안일하게 생활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책.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20년 전부터 나무를 심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유목민들이 늘고 있고 새롭게 마을이 형성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고 그 일을 묵묵히 해오고 있는 NGO가 한국인들이 운영하고 있다니 자랑스럽기만 하다. 


기후 환경 변화에 관심을 갖게 해 줄 한 권의 책,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와 한 편의 영화 ‘Mad Max: Fury Road(분노의 질주)’. 깊어져 가는 가을날, 세계의 평화와 미래 세계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져 보기를 권한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안전한 곳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 코로나 출현도 결국 인간의 난개발과 이로 인한 기후변화, 생태계 변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속에서 발생한 게 아닐까?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모래 폭풍 속으로 우리 모두 들어가고 있음을 자각하게 됐다. 

이전 01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를 보지 못하는 건 불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