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반드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허무한 길이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다. 3교대 근무를 하는 아내와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나.
각자가 각자의 방식대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지내왔다. 아내 없이 늘 우리만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삼총사란 이름을 스스로에게 지어주며 즐거워하는 삼부자. 그리고 아내는 늘 어미 없는 자식이냐며 투덜댄다.
뭐, 어쩌겠냐
하면서도 늘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는 그런 이상하면서도 나름 괜찮은 가족으로 잘 살아왔다. 물론 아내에게 고마움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내가 좀 못났긴 하다.
어쨌든, 후배님이 제주도에 방을 정말 싸게 구했단다.
방 하나에 2만 원..... 순간 혹 했다.
그리고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가겠다고 해버렸다. 그렇게 우리 가족 네 명과 장모님과 친구분들을 모시고 떠나게 된 제주도 여행 2박 3일. 할 일은 쌓이고 쌓여 가는 길 내내 마음에 걸리더니, 가서도 일이 신경에 쓰인다.
그래도 이 곳의 일상은 웬만하면 잊고 저곳의 행복에 빠져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갔다 오면 다 해결해야 할 일이니 걱정한다고 달라질 바는 없다.
비행기를 탔다. 김해 공항에서 아침 8시 비행기라 일찍 서둘렀다. 전날까지 늦게까지 일하고 짐을 부랴부랴 쌌다. 다섯 식구 짐 싸는 일이 예사가 아니다. 초등학생 두 놈과 할머니 한 분의 짐을 챙기는 일이 쉽지는 않다. 잘 챙긴다고 해도 늘 빠뜨리게 마련이다.
6시에 집에서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눈을 늦게 떴다. 그래도 다행히 7시 10분에 공항에 도착하여 티켓팅을 하고 비행기에 잘 올랐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이렇게 비행 상황을 알려주는 안내계기가 내려왔다.
음! 아주 괜찮은 느낌이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만, 식구들 데리고, 할머니 세 분 모시고 다니려니 사진은 고사하고 그냥 그렇게 잘 모시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여행은 이렇게 일상을 벗어나 또 다른 일상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이것이 여행의 시작이다.
여행의 설렘 따위는 잊은 지 오래고,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갔을 때의 고단함과 왔을 때의 부담감을 함께 안고 떠나는 설렘이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나는 여행을 너무 늦게 배웠다. 여행은 젊어서 하는 것이다.
공항에 내려,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한 기사님이 계신 렌트카를 얻어타고, 우리 차를 렌트하기 위해 회사로 갔다. 공항 인근에 있는 *피 렌트카. 전체적으로 사무적 느낌이었지만, 일처리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차를 저렴하게 빌려서인지 차가 썩 좋지가 않다. 그렇다고 굴러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게 돈 값을 한단 말이 꼭 맞다.
차를 끌고 지도를 펼쳤다. 어디로 가야하나?
계획을 세우다 아내와 티격태격 했기에 나름 신경이 쓰였다. 여행을 떠날 땐 아내와 마음이 잘 안맞다.
어쩌면 평소에도 생각차가 꽤 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여행을 무계획으로 떠나 현지에서 최대한 느낌을 살려보자고 요구하고, 아내는 계획에 따라 여행을 하길 원한다. 뭐 서로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만다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다. 내가 아니라 아내와 두 아들이. 나는 아침을 매일 거르니 배가 고파도 별 불만이 없다. 그냥 지나는 길에 있는 식당에 들렀다. 그리고 시원한 물회를 먹을려니 아직은 준비가 안되었다고 한다. 큰 아들은 성게미역국이 먹고 싶다고 했다. 아내와 나는 된장을 시켰다. 음식이 아주 맛있었다. 허기가 맛을 보탰다. 실컷 먹고 나서, 이런 말을 나눴다.
훈서야, 성게 한 마리하고 미역 조금 하면 팔천원이다. 맞제?
네.
6학년짜리가 뭘 알겠냐마는 작년에 성게를 바다에서 엄청 잡아 삶아 먹었으니 성게 한 마리가 미역국에 들어가있느니 비싸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렇다고 비싸다는 말은 아니다. 요즘 웬만한 밥 한 그릇에 팔천원이면 싸지 않은가? 된장은 정말 시원하니 맛이 좋았다.
우리 집 된장이 더 맛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잠시 잊게 했다.
아내가 블랙커피 말고 다른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한다.
그럼 하나 사 마시자.
공항에서 협재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서 밥을 먹고 또 가는 길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주 멋진 장면을 만났다.
돌고래가 한번씩 나오나 보다. 돌고래를 찾으면 커피 한 잔을 공짜로 준다고 했나? 기억은 가물하지만 아들은 돌고래를 찾느라 망원경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경치도 너무 좋고, 아담한 커피 가게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도 이렇게 이곳에 눌러 앉아 살고 싶다.
그냥 누구나 그런 일탈의 꿈을 꾸듯이.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만 한 번 해 보았다.
갑자기 효리가 생각난다. 그녀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멋지다.
그렇게 제주도의 작은 카페에서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