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2탄, 여행 돌아오는 길에서

떠남과 동시에 돌아옴이 시작된다.

by 말글손

제주 공항에서 내려, 맛난 밥을 먹고 조그마한 카페에서 제주의 멋진 경치를 보았다. 그냥 제주라는 말이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내가 더 힘이 없어진다면 이런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란 생각.


그리고 이렇게 작은 카페는 어떻게 꾸리며 생업을 이어갈까 하는 잡념까지. 타인의 삶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나의 삶을 사랑하자.


협재 해수욕장은 비좁다고 해서 금능해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곽지과물해변에 잠시 들러 해변의 모습을 잠시 둘러보려다 빨리 물에 들어가고 싶다는 아들들의 욕망을 누를 재간이 없었다.


협재 해변 바로 옆, 작은 곶을 돌아가면 바로 금능해변이었다. 순간 뭐가 다를까 생각했는데, 사는 사람이 다르고 동네가 다르면 그럴 수도 있겠다.


다들 사람 사는 동네마다 이름을 붙이는 것 아닐까? 자연은 그대로인데 굳이 사람이 이름을 정해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도 나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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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물에 들어간 사이 아내는 심심한 듯 이런 놀이를 한다. 아이들을 물에 뛰어들고 나면 엄마란 존재는 언제나 이런저런 신경으로 노심초사다.


참, 안타깝지만 엄마란 그렇다. 아버지도 그럴까? 돌아보면 나도 그렇다. 그럼 부모는 그럴까? 아마 그렇겠지. 그래도 아이들도 저들의 삶이 있는데 우리가 굳이 많이 끼어들 필요는 없는 듯하다. 마지못해 부모의 작은 욕심조차 버리는 것이 진정 아이를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아침에 잠시 읽은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에서 '엔트로피'라는 말이 떠오른다. 물질세계에서 에너지를 가지지 못하는 무질서의 상태... 음, 심오하면서도 어렵고, 어려우면서도 우리 사는 세상이 그렇지 않나 하는 상상을 맘대로 한다. 어차피 이 세상은 내 맘대로 상상하고 살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구조 없는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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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란 말을 꺼낸 이유는 글을 쓰는 순서가 일의 발생 순이 아니라는 점을 은근 말하고 싶어서 그랬다. 사진이 올라오는 순서대로 써 내려가는 것, 그리고 그 사진 속 한 장면을 보면서 나는 그 순간을 되돌리고 있는 것뿐이기에.


물에서 실컷 놀고 나온 정훈이는 춥다며 모래사장에서 논다. 모래를 뭉치더니 폭탄이라며 던진다. 게임이 주는 여파가 제법 많다. 모래공을 제법 단단히 잘 뭉쳤다. 흩어지는 모래에 물을 조금 넣어 단단히 다진다. 녀석은 이런 재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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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서가 잡은 고동. 고동이 제법 크다. 제주도에서는 <보말>이라고 한단다. 보말 칼국수도 유명하다는데. 촌에서 맨날 먹고 자란 우리 입장에서는 몇 마리 삶아 까서 술안주나 할까. 썩 구미가 당기지 않는 고동이다.


워낙 해산물이 많이 나니, 오히려 이렇게 흔한 고동이 귀한 대접을 받는지도 모른다. 부럽다. 녀석들. 아들이 물질해서 잡아온 고동을 다시 제 집으로 돌려보낸다. 먹음직스럽기는 하다.


고동의 활발한 움직임을 영상으로 찍었는데 폰에 있나 보다. 그런데 그 사이 지워버렸다. 놀란 점은 고동의 움직임이 아주 활발해서 내 손에 붙으려고 애를 쓴다는 것. 그리고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육지 바다의 고동은 겁이 많아 사람 손에 들어오면 꼼짝도 하지 않는데. 역시 큰 물에서 노는 놈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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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들어간 두 녀석은 언제 나올지 모른다. 역시 물은 아이들에게 천국이다. 엄마의 양수가 그리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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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이 남았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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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낙서가 시작되었다. 위에서 본 사진이 여기서 시작이다. 바닷물이 참 곱다. 아니 모래와 물이 만나 곱고, 하늘과 바람이 만나 곱다. 이런 바다를 본 적이 얼마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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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이렇게 확인 사살을 꼭 하고 싶어 한다. 이런 면도 참 맞지 않는 면이다. 햇살이 뜨거워 얼굴이 저절로 찌그러진다. 뭐, 원래 찌그러진 얼굴이라 별시리 부끄럽지도 않다. 짧은 셀카봉이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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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장난질을 좀 쳐보려 하는데 쉽지 않다. 역시 사진 좀 배워야겠다. 배워서 남주더라도 배울 건 배우자. 바닷물이 에메랄드 빛이라 모두가 난리다. 모래가 그렇고, 수심이 얕아 그렇고, 햇살이 좋아 그렇고. 하긴 그렇기도 쉽지 않으니, 모두가 와 하고 감탄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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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따위 수경은 불편할 따름이다. 가장 최적화된 수경은 눈을 가려주는 것. 즉 해녀님들이 사용하는 동그란 수경이 최고란 말. 나도 유리 한 장에 까맣고 빨간 고무가 전부인 수경으로 제법 물질을 했던 기억이 나긴 하는데 이제는 바다가 겁난다. 살다가 죄를 많이 지어 그런가? 여하튼 바다가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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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노는 두 아가야가 너무 귀여워 살짝 찍었다. 얼굴이 안 나오니 혼나진 않을 듯하다. 너무 귀여웠다. 우리 아이들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다시는 올 수 없는 시간의 강을 자꾸만 따라가고 있다. 나도 그러기 싫지만 시간은 잘도 굴러 간다. 마치 자신의 일부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동그라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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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동안 우린 한쪽 곶에서 현무암의 기운을 느껴본다 오랜만에 아내 사진을 찍는다. 늘 아이들이 중심이었는데, 아내는 좋다고 한다. 뭐 그리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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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포즈를 잡으며 아내는 신났다. 나도 기분이 좀 좋아진다. 여행을 오는 길이 부담이라면 여행 동안은 걱정이고, 여행 후에는 허무가 남는 법. 에고! 이번 여행도 늘 그렇게 시간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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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사진이 많은 것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면서 그냥 막 올려 봅니다. 이런 사진 한 장도 사라진다면 더 늙으면 후회할 듯하여 인물 사진 같지 않은 사진이라도 버릴 수가 없는 욕심. 에라이. 버릴 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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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났건 못났건 나도 나고, 이 사진 한 장도 나중에 아이들에겐 추억이 될 것이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될 것이기에 버릴 수가 없다. 그저 욕심이라 하기엔 손해가 크다. 요즘같이 이렇게 온라인에 고스란히 남겨둘 수 있는데 멋지고 화려한 사진만 남는다면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연로하시니, 이런 아쉬움이 전부다. 나는 시골에 가면 엄마의 사진을 많이 찍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혼자 꼭꼭 숨겨두고 보려 한다. 내가 죽기 전에 조금이라도 엄마의 모습을 담아두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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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다 기분이 나쁘더라도 그냥 봐주시길 바랍니다.(죄송합니다만 , 제 아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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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모르겠다. 앙증맞은 고동이 오밀조밀 모여 무슨 얘기를 저리도 쉼 없이 하는지 자꾸만 끼어들어 듣고 싶다. 수다쟁이들 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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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함의 문양에 잠시 빠져본다. 공룡의 발자국 같기도 하고 부채 같기도 하다. 그냥 신기하고 신비하다. 자연이란 언제나 무서운 그런 그 무엇이다. 어찌 한낱 인간이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겠는가? 고맙다. 대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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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암 계곡이다. 그냥 작아도 멋지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보다 훨씬 멋지다. 작지만 아름답고 작기에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다. 웅장함은 보기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내 눈에는 웅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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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머금은 게님의 나들이. 귀엽다. 잡아서 튀겨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수록 시-(네이버 지식인에서 퍼왔어유)


젠장. 우리는 이렇게 생명에게 최소한의 고마움이라도 마음에 담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나를 보면 짜증이 살살 난다. 아직도 나는 갈길이 먼 속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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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에 아내의 사진이 꽤 있다. 뭐 그렇다고 걱정은 없다. 사실 보는 분이 짜증 나지 나는 짜증 나지 않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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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기어 나온 작은놈은 지쳤다. 아직 큰 놈은 덩치만큼이나 더 놀 에너지가 있나 보다. 작은 녀석은 날래긴 한데 덩치가 작아 에너지가 조금 부족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직 10살인데 8년밖에 살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내 열 살 때를 돌아보면 이 녀석보다 훨씬 못했다. 강하게 자라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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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금능 해변에서의 즐거운 오전 겸 오후 잠시가 지나갔다. 시간은 늘 그렇게 지나가버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나의 짧은 기억을 되살려보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록은 지금을 두 번 사는 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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