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48시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글손 Aug 12. 2017

제주도 자연의 신비 쇠소깍

자연은 그토록 그 순수함을 잃지 않지만

지구가 생겨나고, 그 세월이 흐르면서 생명이 생겨났다. 생명은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그 삶을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태고의 신비를 가진 자연이란 말을 서슴지 않고 말한다. 우리는 자연과 하나이자 그 후손이다. 

자연을 바라보면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이유다. 엄마와 같은 존재, 어쩌면 엄마보다 엄마 같을지도 모른다.

쇠소깍. 소가 놀던 웅덩이의 끝자락. 깍지를 끼듯 살아있는 숲과 바위가 소 양 끝을 잡고 있다. 쇠소깍의 전설은 마지막 사진에 담겨있는 것으로 갈음한다. 가족 여행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오롯이 나를 찾고 나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 가족여행은 전혀 반대의 길을 가야 한다. 아직 아이들은 즐길거리를 찾고, 나는 볼거리를 찾으니. 거참.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다. 

한라산 계곡물이 바다로 흐르고, 바다의 그 물은 다시 소로 흐르니 이 곳이 바다인지 계곡인지 그 애매한 구분 선상에서 뛰어들고 싶은 충동만 억누른다. 깊은 맑음을 간직한 쇠소깍의 물이 자유로운 바위를 품는다.

사람이 자연을 즐기려 만든 길이 너무도 편리하면서도 너무도 아쉬운 것은 왜일까? 자연은 그대로 두면 좋을진대, 사람의 손이 가면 이렇게도 편해지니, 뭐를 좋다 하고 나쁘다 하기엔 나 역시 너무도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속물이 되어 있을 것이니,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소나무와 바다와 계곡과 암석은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제 각각의 모습으로 살면서도 너무도 서로가 잘 어울린다. 나도 그런 한 존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늘 고집만 피우는 그런 모습을 다시 찾는다.

부산 태종대 바다가 그렇게 사람의 혼을 빼앗는 물이란 말이 있었다. 쇠소깍의 깊은 맑음도 그렇게 사람의 시선을 붙잡는 묘한 힘을 지녔다. 쇠소깍 물은 그냥 물이 아니다.

고향마을 못둑에 올라 바라보던 그 물과 비슷하다. 어둠인 듯 어둠 아닌 그런 물속을 헤집고 들어가면 두려움과 호기가 동시에 솟아나던 그런 물이다.

음지와 양지는 이렇게 서로 대립하는 듯 하지만 결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양립의 관계. 물과 흙도 그러하고 바다와 하늘도 그러하며, 너와 나도 그러하다. 이 세상 그 무엇이 독불장군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저 푸른 바다고 해가 비치면 이렇게 검게 보이고, 저 푸른 소나무도 이렇게 어둡다. 바다가 푸르거나 소나무가 푸르다는 것은 순수한 인간의 정의일 뿐, 자연은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그렇게 있을 뿐이다.

아직은 연두라는 한 시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세월의 무게만큼 짙어지는 색을 보면 그 무엇이든 세월의 힘은 비껴갈 수 없나 보다.

저 멀리 하얗고 괴상한 바위들이 자꾸만 눈길을 잡는다. 저곳에 가고 싶다. 

그곳에 가고 싶다.

너를 껴안고 만지고 싶다. 

너는 어찌 그렇게 세상에 너 자신을 드러내느냐? (렌즈를 가져가지 않은 것이 너무도 후회된다.)

검은 해변은 검다. 그리고 태양을 머금어 뜨겁다.

저 멀리 수평선도 검다

바닷물과 민물은 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정말 그저 신기할 뿐이다. 인생도 이와 같을 것이다. 

아이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듯하다. 물수제비가 훨씬 더 재미있을 뿐이다. 나도 그랬다. 그때 그 시절에.

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놀고 싶었다.

그나마 아비의 요구에, 엄마의 요구에 기념사진 한 장은 남긴다. 나는 아버지와 그런 사진이 한 장도 없는데.

물수제비는 나도 좀 하고 놀았다.

그냥 가기 아쉬워 쇠소깍 주변길을 돌아본다. 눈으로 담아 오길 잘했다 싶다. 사진을 믿을 수 없다. 물론 나의 사진 실력을. 나는 나의 눈을 믿고 싶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때론 믿어도 속는 경우가 많더라 마는.

한라산 계곡물이 이리도 강렬한 여운을 남기고 바다로 흘러갔나 싶다. 녀석들도 자신의 존재를 바위에 새기고 싶었나 보다.

얼마 전 일이 있어 태우도 탈 수 없고, 그냥 멀리서 바라만 본 쇠소깍의 모습이지만, 충분히 아름다웠고 의미 있는 명소였다. 그저 바라보았기에 더 소중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아쉬움은 다음이란 작은 약속을 낳는다.

처음 그 모습이었는지 아니면 세월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묘한 아름다움을 남긴 제주여행.

매거진의 이전글 전어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