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실례합니다 실내 합니다(연재 2)

기억은 변질되고, 생각은 허물어지니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by 말글손

고개를 늘어뜨린 개나리에는 새싹이 꽃잎을 밀쳐내었습니다. 진달래가 수놓은 산은 엄마의 분홍 한복처럼 화사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니 들판도 들썩였습니다. 어느 날, 아침부터 고방 뒤 작은 텃밭이 시끄러웠습니다. 새벽부터 울어대는 시끄러운 수탉이야 그렇다 해도 암탉이 울면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아유, 아침부터 닭이 많이 우네.”


엄마는 닭장으로 향했습니다. 나는 엄마를 따라 닭장으로 향했습니다. 얼기설기 만든 나무 닭장 안에 암탉이 알을 낳았습니다. 행여나 깨질까 푹신한 짚 위에 알을 낳았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닭장 옆 푹신한 흙을 파고 알을 낳기도 합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아유, 예쁜 알을 다섯 개나 낳았네. 고생했다. 잘 품어라.”

엄마는 알을 품고 있는 엄마 닭을 토닥여주었습니다.


“엄마, 계란 먹고 싶다.”

“그래. 그래도 이번에 낳은 알은 병아리가 되게 해 주자꾸나. 그러면 우리 식구도 늘어날 테니까 말이야.”

“그래요. 그럼 다음에 낳은 알은 하나 먹어도 돼요?”

“그래, 그래.”

“네가 건강한 알을 낳아 고맙구나. 건강한 병아리가 나오면 나도 잘 돌보마.”

엄마는 병아리가 종종 대는 마당을 떠올리는 듯했습니다. 엄마가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감지만, 환한 미소는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행복해하는 석이 엄마를 보는 엄마 닭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좋은 분을 만나서 우리 아기들도 잘 자라겠구나.’

엄마 닭도 노란 병아리들이 쫑쫑대며 쫓아오는 모습을 생각하니 한없이 행복했습니다.

“아가들아, 알에서 힘을 키워 건강하게 세상으로 나오너라.”

엄마 닭은 날개를 꼭 당기며 다섯 알을 소중히 품고 품습니다. 그렇게 봄은 무르익어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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