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월요일
달이 가진 미묘한 끌림에 빠지고 말았다. 붉거나 그렇지 않거나, 환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달은 그저 그렇게 지구를 뱅뱅 돌아간다. 시시각각 제 모양을 바꿔가며 묘한 흥분마저 불러일으킨다. 달 속에 산다는 토끼는 초승달일 땐 어디에 숨었다가 보름달이 되면 나올까? 반달은 돛대도 삿대도 없이 어디든지 잘 간다는데 달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왜 늘 한 곳에만 매여 있을까? 달을 보면 그렇듯 늘 월요일은 우리에게 그런 낯설음의 시작이다.
화요일
장작불이 타닥타닥 피어 오른다. 불처럼 화끈한 한 주의 새로운 시작이다. 달에게 빼앗겼던 정신도 돌아왔다. 일도 잘 풀린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 넘실거리는 불꽃처럼 날린다. 구수한 된장국이 마음을 채우듯, 불덩이 가득한 열정이 넘치는 하루. 일어나도 기분이 좋고, 누울 때도 마음 넉넉하다. 불처럼 피어나는 삶의 열정을 채 삭이지도 못했는데 하루가 가버린다. 가만히 누워 눈빛만으로 마음에 불을 지핀다.
수요일
잘도 흘러간다. 벌써 반이나 지났다는 착각에 빠진다. 빗물이, 냇물이, 강물이, 바닷물이 돌고 돌듯 어느새 반환점에 와 있다. 술술 넘어가는 술 한 잔이 그리워진다. 일주일의 중년을 맞았다. 이쯤 되면 내 삶에 여유를 줘야한다. 물처럼 술처럼 흘러가는 시간이 그저 허무하다. 돌아보아도 이만큼, 앞을 보아도 이만큼. 꼭 그만큼 남은 시간에서 반성과 계획이 교차하는 순간. 물처럼 흘러가다보면 어느새 끝에 와 있겠지.
목요일
심은 씨앗이 싹이 피어 나무로 성장했다. 이제 제법 열매를 맺어도 좋을 듯하다. 성장하고 단단해져 어엿한 어른같다. 이제는 떠날 때를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멋진 나무일 수는 없지 않은가? 다음을 위해 열매를 남겨야한다. 오늘 남겨둔 열매가 있어야 다시 피어 나무가 된다. 뿌리는 기둥을 세우고, 기둥은 가지를 잡아주고, 가지는 열매를 담아둔다. 이제 다시 열매를 남겨야 할 때가 되었다.
금요일
쇠처럼 단단히 마음먹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굳어가는 몸과 마음을 인정해야겠다. 그렇기에 더욱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세상풍파가 들이쳐도 굳건히 제 모습을 지키는 저 쇳덩이처럼 반성과 성찰을 반복하자. 세상을 세우는 근본이 되고, 세상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어야 한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에게 든든한 받침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토요일
한 줌 흙으로 변하고 말았다. 바람에 날리는 자유로운 먼지가 되었지만, 여전히 이 세상의 밑거름이다. 불이 필 수 있는 바닥이 되고, 물이 흐를 길이 되고, 나무가 자랄 터전이 되고, 쇠가 머무를 보금자리가 된다. 여전히 이 세상에서 쓸모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행복할 따름이다. 흙이 주는 포근함을 다하고 나면 이제 하늘로 날아올라 먼지가 되어도 다행이리라.
일요일
우주의 한 점이 되다. 다시 태울 수 있어 고맙다. 무한히 빛나는 태양은 될 수 없을지라도 지구의 생명들이 다한는 순간까지는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거야. 내가 사라지면 저 달도, 저 불도, 저 물도, 저 나무도, 저 쇠도, 저 흙도 모든 생을 다하겠지.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불타올라야 할 나의 운명. 애써 벗어나려 하진 말자. 다시 내일의 달이 뜰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