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찾아오는 변화

경남교육청 아이좋아 매거진 투고

by 말글손

소리 없이 찾아오는 변화

“새로운 의견은 다른 이유가 없어도 단지 그것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의심받고 종종 거부당한다.” -존 로크

봄이면 볍씨를 뿌려 모판을 만들었다. 모내기가 끝나고 뜨거운 태양 아래 벼가 잘 자라면 피를 뽑거나, 비바람에 쓰러진 벼를 세웠다. 가을이면 타작을 하고 나락을 리어카에 실어 날랐다. 겨울이 다가오면 산에서 갈비를 긁고, 나무를 했다. 사계절이 그렇게 돌고 돌았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가끔 마을 경조사나 집안 행사가 일상을 새롭게 하는 전부였다. 소리없이 찾아오는 계절이 유일한 변화였다.

도시는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합소였다. 옷차림으로 계절을 느낄 뿐 별다른 생활의 변화는 없었다. 학교에 가고 시험을 치고, 시험 결과에 따라 울고 웃고. 무미건조하지만 도시인의 생활은 언제나 바빴다. 출근을 해서 같은 일을 반복하다 집에 오면 밥을 먹고 잠이 들었다. 유년기 시골은 하루하루 늘 새로운 일이 넘쳐났지만, 도시의 생활은 늘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소리 없이 사계절이 흘러갔다.

“인자 좀 변해야 안 되것나? 언제까지 그럴끼고?”

무기력해진 일상에 젖어들 때 누군가 이런 말을 던졌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가란 충고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뭘 바꿀 수 있지?’

무기력은 그렇게 한 동안 지속되었다. 세상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되자,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환경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음이 변했고, 생각이 변했고, 행동도 변했다. 삶의 가치가 변했다.

변화는 언제나 일어나고 있었다. 신체의 변화, 정신의 변화, 사회의 변화, 환경의 변화. 변화는 소리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변화를 받아들였다. ‘어얼리 어답터’라는 말이 나왔다. 변화에 빨리 적응하면 좋다는 생각이 앞섰다. 단순하게.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누군가의 도전으로 시작된다. 나도 그 ‘누군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가 되었다. ‘나’의 변화는 주변을 바꾸는 힘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이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는 두 아들에게 “소리 없는 변화에 적응하기보다 소리 없이 변화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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