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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손 Sep 14. 2016

배추 한 포기

김치 한 조각의 비밀

추석이다  남들보다 늦다고 엄마의 걱정이 태산보다 높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집에 온 지 하루

아침부터 엄마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며칠 전 따고 씻어 물기만 빼둔 고추 꼭지따고

이십일간 비워둔 집 정리에 아침 잠에 빠진 아들의

마음이 불편하다

베추를 심어야 한다고 아침부터 재촉이다

아침 밥 대충 떼우고 이런저런 집안일 마치고

형님들이 오자 벌써 점심 때다

본격적으로  거름을 흩고 비료도 흩고

약을 뿌리고 비닐을 덮고 고랑을 판다

이제 배추 모종을 하나 하나 옮겨 심는다


잘 자라라

건강히 자라라

배추 한 포기도

아이 키우듯 조심히 조심히

애틋히 애틋히

가을 하늘은 오늘도 푸르다

햇살 머금은 하늘처럼 배추도 가을 햇살 먹고

겨울 찬바람 맞으며 달콤하게 자라라


내 입에 김치 한 조각 들어오면

노동의 참맛도

가을 하늘 햇말도

겨울 찬바람도 내 입 속 가득히 담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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