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한 조각의 비밀
추석이다 남들보다 늦다고 엄마의 걱정이 태산보다 높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집에 온 지 하루
아침부터 엄마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며칠 전 따고 씻어 물기만 빼둔 고추 꼭지따고
이십일간 비워둔 집 정리에 아침 잠에 빠진 아들의
마음이 불편하다
베추를 심어야 한다고 아침부터 재촉이다
아침 밥 대충 떼우고 이런저런 집안일 마치고
형님들이 오자 벌써 점심 때다
본격적으로 거름을 흩고 비료도 흩고
약을 뿌리고 비닐을 덮고 고랑을 판다
이제 배추 모종을 하나 하나 옮겨 심는다
잘 자라라
건강히 자라라
배추 한 포기도
아이 키우듯 조심히 조심히
애틋히 애틋히
가을 하늘은 오늘도 푸르다
햇살 머금은 하늘처럼 배추도 가을 햇살 먹고
겨울 찬바람 맞으며 달콤하게 자라라
내 입에 김치 한 조각 들어오면
노동의 참맛도
가을 하늘 햇말도
겨울 찬바람도 내 입 속 가득히 담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