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햇살이라 부르기엔 너무 뜨거워 햇살이 미워진다. 이런 날에도 시골 농부들의 손발은 쉬지 않으니 우리는 1차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얼마가 고마워해야하겠는가. 놀랍다. 동남아시아의 햇살도 지금 한국의 햇볕에 비할 바가 아닌가 보다. 이렇게 뜨거우 날을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이 있다면 열심히 일을 하고, 일이 없다면 조용히 글을 쓰자.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면 더위는 잠시 잊을 수 밖에 없고, 글을 쓰다보면 이렇게 더운 날 일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지금 내가 겪는 더위는 그분들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깨닫게 된다. 지금 내가 그러하듯 말이다. 나 역시 일이 있는데, 살짝 미루면서 하고 있다. 일을 미뤄서 뭐 좋겠냐마는 정확하게 말하면, 선택의 갈림길에서 마음의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봐야겠지. 휴가는 휴간데 휴가같지 않은 휴가를 보내면서, 계속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중년의 아버지는 여전히 나의 길에서 요리조리 세상을 살핀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머리 속을 스치는 왠만한 잡념을 글로 적다보면 어느새 생각이 정리되면서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할 지 어느 정도 답을 찾게 된다. 그 답이 아니더라도 아무 상관은 없지만, 그 답이 괜찮은 답이라도 끊임없이 수정해야 하니 답은 답이 아니다. 답은 과정의 일부 결과일 뿐이고, 결과는 또 다른 원인이 되니, 돌고 돌아가는 세상에서 돌고 돌아가는 생각일 뿐이다. 오늘도 생각이 흐르는 대로 글을 쓰면서 더위를 이기고 있다.
7월 29일 저녁 즈음에. 훈서는 친구들과 거락숲에 다녀왔다. 그리고 지금 며칠이 지난 지금에는 그날의 기억도, 느낌도 남아있지 않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이래서 기억은 기억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7월 30일. 정훈이 생일이다. 더웠다. 날씨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건 지구가 엄청나게 아파한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실천행동이 중요하다. 정훈이 생일이라 뭘 먹고 싶은지 물어보니 아무거나 좋단다. 아들은 친구들과 놀러나갔다. 훈서와 오후엔 화폐사랑 공모전 영상을 찍었다. 영상이 완벽하진 않아도 늘 이런 공모전을 함께 하는 게 좋다. 생각이라도 살아있으면, 우리가 살아있다는 하나의 증거가 될 것이니까. 정훈이 생일이라 회를 조금 샀다. 집에서 가족들과 회를 먹고, 소주를 한 잔 했다. 아내가 잔소리를 했다.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하긴. 요즘 술을 일주일에 두어번 마시는데 많다고 하니, 과거에 비하면 참. ㅎㅎ . 사는 게 그런 거니까.
7월 31일 토요일
종일 집에서 시간을 뒹굴거리고 말았다. 저녁엔 아내와 아이들과 시골로 출발.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먹었다. 큰형님도 계셔 밥 한 그릇에 고기도 구워먹으니 푸짐한 저녁이 되었다. 엄마가 영 드시는 게 자꾸 시원찮아지시니 마음이 좋진 않다. 살도 빠지고 기운도 빠지는 모습에 불효자의 마음이 쓰리다. 작은 방에서 5명이 꾸역꾸역 자니 덥다. 에어컨을 틀어놓으니 어머니가 춥다고 하신다. 에어컨 한번 켜지 않고 여름을 나시는 어머니가 걱정이다.
8월 1일 일요일
오늘도 덥다. 일어나서 뒷밭 조금 둘러보고, 고구마 줄기를 따서 아침거리를 준비하고. 풀이 풀이 말도 못할 정도다. 다음 주에 촌에가면 풀이라도 베어야겠다. 어머님과 점심 한 그릇하고 창원으로 오는 길에 아이들과 잠시 계곡에 들러 몸을 담궜다. 이럴 땐 늘 어머님이 떠오른다. 한발짝 떼기가 힘든 어머니. 물에 몸을 담그니 더 씁쓸했다. 라면을 끓여먹고 귀가.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하다보니 벌써 저녁이다. 시간 참 허무하게 잘 간다. 그리고 다시 8월 2일 월요일을 기다린다. 일이 있어 그런 게 아니라 일이 있길 기다리는 모양이다.
8월 2일 월요일
기상과 동시에 씻었다. 일도 없는데 씻어야 할 것 같았다. 씻고 주민총회 준비를 위해 잠시 회의를 갔다가 온라인 연수를 열심히 듣는다. 연수는 함안교육지원청 캠퍼스형 방과후 학교와 절주전문인력 양성과정이다. 음... 역시 왔다갔다 연수는 재미도 있고 헷갈리고 즐겁고 지겹다. 사는 게 이런 거지. 그 사이 쉬는 시간을 짬내서 글도 긁적이고.
참! 해야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또 떠올랐다. 이제 다시 글을 쓰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