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잇
태생부터 잘못되었다고 그렇게 구박 받았다더니
언제부턴가 뗐다 붙였다 편하다며 한 몸에 사랑을 받는다
이제는 제각각 모양에 제각각 색상까지 화려하게 치장하니
어른이며 아이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너끈한 차림세다
종이 조각에 생각 조각을 적었다 지웠다 긁적여보다
생각 조각도 여기에 저기에 붙였다 뗐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책 속에 들어가면 나오질 못하고 책 밖에 걸쳐두면 날아가기 일쑤다
애초부터 생각 조각 따위는 여기에도 저기에도 붙어 있을 요량이 아니었나보다
태생부터 잘못되었다고 그렇게 구박 받았다더니
나의 생각문구점에 들어서면 풀 먹은 종이 조각 몸값이 제법이 조각이
껌을 씹는 법
아카시 향기가 묻어나는 껌을 한 통 집었다
살며시 머리를 벗기고 조심히 은박지의 끝을 잡는다
미끄러지듯 딸려오며 은빛이 눈을 시리게 한다
찢어질 새라 손끝에 정성을 담아 은박지를 벗긴다
껌에 뿌려진 분가루가 떨어질까 손길이 바쁘다
사뿐히 혀 위에 얹어놓고 은박지를 제 모양으로 접는다
은박지가 제 자리로 돌아가면 껌통은 다시 완벽하다
입 안을 넘어 코끝으로 아카시 향기가 피어난다
입 안을 넘어 목구멍으로 설탕물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쉬이 씹지도 못해 한참을 머금으면 어느새 흐물거린다
몇 번을 몇 번을 씹다 삼킬까 말까를 한참을 고민하다
오늘 밤은 아껴두고 내일 다시 씹어야겠다. 청마루 기둥에 잘 붙여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