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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손 May 22. 2023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은 필요 없다

다시 글쓰기

사진과 글은 무관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건 생각보다 쉽지앟다. 정훈은 늘 그런 생각으로 이왕 눈 뜨기 힘든 아침인데 일찍 잠자리에 들 생각은 없어 보였다. 멍하니 앉아서 천장을 바라보다 가끔씩 귀에 들어오는 텔레비전의 별 시답지 않은 연예인들의 웃음소리에 눈을 돌리곤 했다. 그러다 마치 홀린 듯 노트북을 열었다. -다시 글을 써야겠다. 내일은 눈을 두세 번 더 비비고 기지개를 켜면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쫓듯 타이핑을 치기 시작했다. 오늘은 화창한 하늘을 기대했는데 뿌연 먼지가 온통 세상을 덮었다. 좁은 소방도로를 꽉 채운 차 사이에서 자신의 차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골목을 오가다 다음에 사는 차는 무선키가 있는 것으로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5년 뒤에는 근사한 중고차를 살 수 있어.- 월반동에 있는 온라교육원에서 인문학 강의 사업 진행을 위해 미팅에 도착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다섯 명의 여인 사이에 혼자 앉았다. 정훈은 별 거리낌 없이 사무실 냉장고를 열고 커피를 찾았다. 비어있는 냉장고를 보며 -이게 뭐꼬? 이리 가난해졌나?-하고 웃었다. 어깨너머로 오는 머리칼을 반듯이 뒤로 묶은 진유 대표는 -며칠 전만 해도 꽉 차있었는데 그새 가난해졌죠.-진유도 농담을 던졌다. 30대와 40대로 비교적 세련된 네 여인도 덩달아 웃었다. 분위기는 맑은 날 바다를 가르는 통통배처럼 상쾌했다. -장난 그만하고 빨리 회의합시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인데 다행히 저희가 선정되었고 우리는 늘 진심을 다하지만 표현이 문화예술과 가깝다는 조언을 들었어요. 여기에 대해 논하죠.- 인문이라. 답이 없는데 답을 찾아야 하고 흔적은 있는데 흔적을 만들어야 하고. 정적이 흐르다 각자의 생각이 스스럼없이 흘러나왔다. -국밥 먹으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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