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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Dec 14. 2020

백석정에 내리는 첫눈

눈 봤다아~~~!!!^^

12월 13일 일요일

2020년 첫눈을 드디어 봤다.

대전은 진눈깨비만 슬쩍 날리다 말았는데
잠시 마실 나간 청주에서 보은 넘어가는 쪽엔
제법 발이 빠질 정도로 쌓여 있었다.
차안에서 남편과 이야기 나누다 갑자기
확 바뀌는 풍경에 대화를 멈추고 눈구경에 열심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청주 낭성천 위의 백석정과
묵정영당 앞의 530년 된
두 그루 은행나무 보호수 아래에서
한껏 내리는 눈을 맞으며 첫눈을 즐겼다.


백석정(白石亭)은 조선 숙종3(1677년)에 동부주부(東部主簿)를 지낸 신교(申灚 ; 1641∼1703년)가 세운 고령 신씨의 정자이다. 현재의 정자는 1927년 후손들이 중건하였고 충청북도 문화재자료 제 82호이다.

조선시대 중기 기호지방의 대표적인 문인이며 가사문학의 거장인 신교는 물 맑고 경치가 수려한 낭성면 관정리 흰 바위 위에 정자를 짓고 당대의 저명한 선비와 문인 그리고 조정 대신들과 학문을 교류하고 시문을 겨루었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적 가치가 클 뿐 아니라, 당시에 상류층 사회의 명사들이 진주의 촉석루, 관동지방의 총석정, 삼척의 죽서루 등과 같이 전국의 명승지에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기던 전통적인 건축양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조선시대의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관정리 마을 앞 도로를 따라 마을 끝자락을 돌아가면 마을 뒷산 중턱 절벽의 바위 위에 자리하고 있다. 지형상 뒤편에 산을 두고 북향하여 바위에 입지하였으며, 백석정 아래에 넓은 낭성천이 흐르고 있다. 절벽 사이의 좁은 길을 따라 약 10m 정도 들어가면 일각대문이 놓이고 그 안에 백석정이 자리한다.

대문이 잠겨있어 안으로 들어가볼 수는 없었지만 설명에 따르면, 백석정은 5량가 소로수장집(접시받침으로 이루어진 집 /기둥상부에 횡으로 창방을 걸고 이와 장혀 사이에 '소로'라는 부재를 일정간격으로 끼워넣은 집)으로 내부는 통칸에 쪽마루를 깔고 통난간을 돌렸다. 전체적으로 구조부재가 세장하고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다. 배면 가운데 기둥은 치목하지 않은 자연목을 세워 특이하다.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이렇게 문을 닫아걸어두고 있으니 확인해볼 도리가 없다. 일전에 찾았을 때는 보수공사중이라 못 들어갔는데 이번에도 들어가보지 못해 아쉬웠다. 정자에 앉아서 낭성천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맛도 참 운치있을 텐데...


백석정에서 나와 청주시내쪽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오른쪽에 충청북도 시도유형문화재 제108호인 묵정영당이 있고 그 앞에 530년 된 은행나무 보호수 두 그루가 왼쪽으로 보인다.

묵정영당은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에 있는 개항기 신숙주의 영정을 봉안한 영당으로 1888년(고종 25)에 창건되었는데 영정은 영조 때 원본을 모사한 것이며 병조판서 정범조가 화상찬(畫像贊)을 짓고 썼다고 한다. 현재의 건물은 1971년 8월 4일에 중건된 것인데, 여기도 들어가보진 못했다. 이 건물보다는 앞에 있는 커다란 고목이 눈길을 끌어서 차를 세웠던 것인데, 언뜻 느티나무인 줄 알고 내려서보니 은행나무였다. 과연 눈아래 연갈색으로 변한 은행잎들이 보였다. 은행나무 아래 눈을 뒤집어쓴 탑비가 보여 함께 사진을 찍은 뒤 돌아왔다.


집에선 딸이 김 폴폴 나는 따끈따끈 찐빵과

술빵을 만들고 있었다!
첫눈 내린 기념으로 온 가족 둘러앉아 냠냠^^


* '백석정' 하니 왠지 백석의 이 시가 생각나서.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존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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