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차고 다니던 스마트워치가 사라졌다. 지지난 주 금요일에 학교 다녀와서 티비 앞에 놓았다는데, 주말 동안 창고방 정리하면서 거실을 통과하는 랜선을 새로 깔고 하느라 티비 앞을 싹 다 비웠더랬다. 전기공사를 해야 해서 물건들을 치우면서 어디로 쓸려 들어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들어갈 만한 상자도 뒤지고, 티비장 아래도 후레시로 비춰보고, 아들이 입었던 옷들까지 탈탈 털어보았는데도 도대체 어디로 갔나 안 보였다. 버리지는 않았을 텐데... 정리와 물건 찾기의 달인이신 어머님까지 나서셔서 스마트워치를 찾았지만, 그 주 내내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그게 무려 5만 원짜리 시계라는데, 정녕 이렇게 사라지고 마는 것인가~ 하면서 포기하고 있던 찰나. 해남 친정 다녀오는 길에 영암 월출산이랑 장성댐 들러서 오느라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데 조수석 문짝에서 뭐가 반짝하는 게 우연히 보인다. '뭐지?' 하고 끄집어내 보니... 아싸! 그렇게 찾고 찾던 아들의 스마트워치다!
어두워진 때여서 보였지, 환했으면 못 볼 뻔했다. "드뎌 찾았네. 그렇게 찾아도 없든만! 여기 들어가서 꼭꼭 숨어있었으니, 집안에서 아무리 찾아봐야 찾을 수가 없지~ 숨바꼭질하다가 술래가 못 찾으니까 지도 답답했나, 나 여깄어요~ 하고 지 존재를 알린 모양이야. ㅎㅎ 근데 이게 왜 여기 들어가 있지?" 옆에서 묵묵히 운전하고 있던 남편이 (스마트워치 못 찾으면 아들에게 5만 원 토해내라고 할 거라던 스마트워치 원래 주인. 남편이 쓰려고 샀다가, 노안 때문에 시계 숫자가 안 보인다며 눈 밝은 아들에게 주고, 자기껀 글씨가 크게 잘 보이는 큰 스마트워치를 새로 샀더랬다) "그게 거기 있었어? 지난번에 아들이랑 이마트 트레이더스 같이 갔는데 그때 거기다 벗어뒀나 보네~" 짐 가지러 주차장에 내려오라고 아들에게 전화하면서 스마트워치 찾았다고 하니, 아들도 찾은 장소를 물어보곤 "아~~~ 거기 뒀구나!" 그런다.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스마트워치를 건네주고 어머님께도 시계 찾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니 이러신다. "그랬냐? 다행이다. 울 할매가 물건을 찾다 찾다 못 찾으면 늘상 '남의 손 안 타면 언제 나오든 나오니라'하셨는디, 옛말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당께." "그게 무슨 뜻이에요?" "뭔 물건을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믄 할매가 옆에서 보고 계시다 한 마디 툭 던지시곤 했재. 도둑이 들어서 물건 훔쳐간 거 아니믄 언제 나오든 나온께 너무 애간장 태움시로 찾지 말라고." "아~ 그러고 보니 진짜 맞는 말씀이네요.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던 물건도 이사 가거나, 새로 갈이하면서 장롱 들어내면 그 아래서 나오고 그러잖아요." "그랑께~ 밖에서 잃어버리거나 누가 집에 들어와서 집어간 거 아니믄 다 나오게 돼있당께! 비싼 시계라든만 찾았응께 됐다." 시계분실사건은 이렇게 끝이 났는데 일주일 만에 아들의 스마트워치를 찾고 보니, 이번엔 내 이어폰이 사라지고 없다. --;; 주고받고 공도 아니고~ 참. 분명 가방에 넣어두었는데 아무리 가방을 뒤져도 안 보여서, 또 티비 아래를 뒤졌다. 일전에 집안에서 쓰고는 그 아래 이어폰 두는 상자에 넣어두었던 게 생각나서. 그런데 그 상자가 안 보인다. 일주일 뒤 창고방 정리를 마저 하면서 또 사라졌다 ㅜㅜ 아들이 이런 거 찾는 데는 선수라 혹시 내 이어폰 봤냐고 물어보니 못 봤단다. 폰을 새로 바꾸면서 그 폰에 맞는 이어폰은 유일하게 그거 하나라, 잃어버리면 새로 사야 하는데... 남의 손 안 탄 거면 어딘가 있겄지~ 하고 마음을 다스리며 안달볶달 찾진 않으리라 하면서도 또 일주일 내내 짬만 나면 여기저기 뒤지고 다녔지만 결국 못 찾았다. 아무래도 새로 사야 하나부다~ 하고 있는데 어제 군위 화본역을 다시 찾았다가 주차장에서 뭐 좀 꺼내려고 가방을 뒤지는 순간, 난데없이 거기서 이어폰이 튀어나온다! 가방에 넣어놓고도 그간 못 찾고... 도대체 난 뭘 본 거니? 옆에서 보던 남편이 후유~~~ 하고 긴 한숨을 내쉰다. (저 한숨 안엔 '그러면 그렇지~ 정리 좀 하고 살라고~'가 포함되어 있다.) 업은 애기 3년 찾는다고 하더니만 내가 딱 그 짝이었다. "남의 손 안 타면 언제 나오든 나오니라" 어머님께서 옆에서 한 마디 하실 것만 같았다. 이어폰 잃어버린 건 우리끼리만 쏙닥쏙닥 끄으읕~^^
덧 :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어머님께서도 창고방에 두었던 다시마 잘라서 넣어둔 김치통을 석 달 가까이 못 찾고 계시다 내가 얼마 전에 찾아드린 적이 있다.
도둑이 들어와서 물건을 가져갔으면 하필 다시마만 가져갈 리가 없는데, 아무리 뒤지고 찾고 헤매도 다시마통이 안 보여서 귀신 곡할 노릇이네, 다시마 도둑이 다 있네~ 했더랬는데,
지난 주 친정 가면서 엄마가 주신 김치통의 김치를 비우고 통을 가져다 드려야겠다하구선 집에 있는 김치통을 꺼내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떡~ 하니 빈 김치통 속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다시마통을 발견했다. 그 순간 어찌나 뛸듯이 기쁘던지, 밖에 운동 나가신 어머님께 당장 전화해서는 알려드렸다.